사회일반

구제역 종식 7개월…후유증에 신음하는 축산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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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지 침출수 관리 불안

환경부 7곳 유출 가능성 제기

道 관측정 접근 권한조차 없어

영문 모른 채 점검만 되풀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보상액

사료값 등 빚 갚기에도 부족

재입식 자금 신청 못 하는 경우도

일부 농가 반발 보상금 수령 거부

지난 겨울 전국 350만 마리, 도내에서만 41만 마리의 소와 돼지를 생매장해야 했던 최악의 가축 홀로코스트(대학살) 구제역이 종식된 지 7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종식 이후 20여 건의 구제역 의심신고가 있었지만 다행히 추가 발생은 없었다. 하지만 침출수 유출에 대한 공포, 보상금 지급을 둘러싼 갈등과 생계마저 위협 받고 있는 축산농들의 현실은 아물지 않은 깊은 상처를 드러내고 있다.

■ '침출수 공포'

생매장된 가축의 사체에서 발생하는 침출수에 대한 공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침출수 관리 실태는 불안감만 키우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8일 3·4분기 매몰지 환경영향조사 결과 도내 7곳을 비롯해 전국 84곳의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공식인정했다. 환경부는 이 결과를 지자체와 농림수산식품부에 통보하고 매몰지 이설, 침출수 수거 강화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하지만 도는 지난달 말 환경부로부터 7곳의 매몰지를 통보 받은 후 토양검사, 인근 지하수 수질 검사 등을 실시했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침출수 유출여부는 관측정을 통해서만 살펴볼 수 있으나 환경부는 이에 대한 정보를 전혀 공유하지 않아 지자체에선 영문도 모른 채 점검만 되풀이 하는 꼴이다.

현재 환경부는 침출수 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전국 300곳의 매몰지에 관측정을 설치해 직접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는 이에 대한 접근 권한 조차도 없다.

도 관계자는 “환경부에서 직접 설치한 매몰지 관측정은 시건장치로 잠겨져 있고 우린 열쇠조차 없으니 전혀 살펴볼 수 없고 별다른 정보를 받지도 못한다”며 “다른 매몰지들은 도에서 직접 관측정을 설치해 모니터링을 한다”고 말했다.

■ 축산농가 빚만 늘어 생계 막막

횡성에서 한우 19마리를 사육해 온 권모(61)씨는 지난해 구제역으로 기르던 소를 모두 살처분했다.

정부로부터 선지급금으로 6,400여만원을 받았지만 수년간 소를 입식하고 사료값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으로부터 빌린 2억원에 대한 원금 일부와 연체된 이자를 내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1,000여만원의 추가 보상금을 지급받더라도 빚 갚기에도 턱없이 부족해 재입식자금은 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우 268마리를 살처분한 한모(48)씨도 선지급금과 재입식자금을 대출 받아 한우를 재입식했지만 대출금과 밀린 사료값을 갚고 나니 기존 사육두수의 30% 수준인 80마리에 그쳤다. 현재 한 달 평균 소를 키우는데 드는 비용은 1,000여만원으로 재입식한 한우를 출하하려면 아직도 1년가량을 기다려야 한다. 결국 아무런 수익 없이 1년간 1억원 이상의 빚만 져야 할 처지다.

한씨는 “겨울이 다가오면서 사료값과 구제역 추가 발생 등에 대한 걱정으로 밤잠을 설친다”며 “당장 수입이 없다고 터무니없는 정부의 보상금을 받을 수도 없고 막막하다”고 했다.

도 관계자는 “농가들의 의견을 농식품부 등에 전달해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생계안정자금 추가지원과 소독약품 지원 등 간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했다.

도에 따르면 현재 횡성 7개 농가에 지급되지 않은 보상금은 18억6,000여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최기영·박진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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