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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빙어(氷魚)

겨울 평야의 진객이 두루미라면 빙어(氷魚)는 겨울 호수의 요정이다. 한 뼘도 안 되는 깜찍한 것들이 은백색 배로 햇살을 튕겨내며 차디찬 얼음장 밑을 떼 지어 다닌다. “그 누가/ 유리창에/ 시린 창자만/ 그려 넣었나!” 김춘수의 시 '빙어'는 이 물고기의 체형처럼 간결하다. 그 투명한 몸체에 대해 장황한 설명은 오히려 구차하겠다. 노 시인의 담백한 직관이 시집의 표제 '聖(성)오마니!'에 대한 경외심을 더하게 한다.

▼빙어는 본래 강과 바다를 활기차게오가며 살았던 회유성 어종이었다. 강 하구 부근 바다에 살다가 1~6월 사이 산란을 위해 모천을 거슬러 올라온다. 이때는 먹이를 섭취하지 않는다. 그래서 몸속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일 정도로 깨끗하다. 몸속이 비었다고 해서 공어(空魚)라고 일컫는다. 옛사람들은 이 물고기에서 오이 맛이 난다고 해서 '오이 과(瓜)' 자를 붙여 '과어(瓜魚)'라고 부르기도 했다. '세종실록지리지'에 '과어'라는 기록이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가 쓴 '전어지'에 빙어에 대한 설명이 있다. “동지가 지난 뒤 얼음에 구멍을 내어 그물이나 낚시로 잡고, 입추가 지나면 푸른색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하다가 얼음이 녹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하여 얼음 '빙(氷)' 자에 물고기 '어(魚)' 자를 붙여 빙어라 불렀다”는 것이다. 1925년 3월 조선총독부 수산시험장이 함경남도 용흥강에서 채란한 빙어 알을 전국의 유명 호수에 방류해 민물고기로 서식하게 됐다.

▼찬바람이 빙판을 쓸고 가는 빙어의 계절이다. 제14회 인제 빙어축제가 28일부터 9일간 인제대교 인근 소양호에서 펼쳐진다. 짜릿한 손맛, 향긋한 입맛을 두루 만끽할 수 있는 빙어낚시를 비롯해 44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은빛 빙어'를 주제로 겨울의 정취, 축제의 묘미를 한껏 선사한다는 게 주민들의 의지다. 세상이 그러하지 못하니 비록 한때라도 빙어처럼 맑고 투명한 세상에 들어가 볼 일이다.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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