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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패션정치

미국 대선에서 닉슨과 케네디가 대결할 때다. 닉슨은 토론장의 배경과 같은 회색 양복을 입었다. 반면 케네디는 짙은 색상의 양복을 선택해 훨씬 돋보였다. 레이건 대통령의 보수주의 이념은 공식 석상에서 즐겨 입던 짙은 색상의 정장에 배어 있었다. 그는 의상을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표현하는 도구로 활용했다. 전 국무장관인 올브라이트는 협상 결과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내 브로치를 읽으라'는 대답을 내놓곤 했다. ▼우리나라 대선주자들의 패션을 읽는 것도 흥미롭다.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는 물방울무늬나 줄무늬의 넥타이에 와이셔츠는 깃과 전체의 색이 다르면서 색상이 강렬한 것을 받쳐 입었다. 젊은 감각에다 화려한 중산층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다. 영국 전통 신사복의 상징인 행커치프를 양복 윗주머니에 꽂아 세련미를 부각하기도 했다. 격식 없는 자리에는 멜빵바지나 노타이 차림으로 나와 자연스러운 모습도 연출했다. ▼인터넷 뉴스매체 '허핑턴 포스트'의 창업자이자 패션 칼럼니스트 아리아나 허핑턴이 정치인의 외모와 이미지를 소개한 적이 있다. 사석에서 만난 기자에게 '요즘 어떤 정치인이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자 그 기자가 '그럼 그 사람 이제 성공하겠네요'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정치인의 코디네이션은 자신의 이미지는 물론 자신이 속한 정당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준다. 유권자들은 정치에 이성뿐만 아니라 감성으로도 참여한다. ▼미디어 정치 시대에 후보자의 패션이 중요한 선거 결정 요인으로 등장했다. 선거에서 유권자는 반드시 이성과 합리적인 기준만으로 후보를 선택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유권자의 머리 속에 그려진 후보자의 이미지에 의해 투표하는 경우가 많다. 대중매체를 통한 후보자의 이미지 구축은 유권자의 결정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총선 예비후보들의 패션이 각양각색이다. 이젠 패션을 정치 전략으로 동원하는 시대다.

장기영논설위원·kyjang3276@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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