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에 짝짓기 끝낸 암놈 곰 몸속의 수정란
먹이 풍부한 가을까지 기다려 자궁 착상
가을 짝짓기하는 박쥐는 봄이 돼야 수정
북극곰은 아주 야릇한 생식(발생)을 한다. 봄 짝짓기를 끝낸 암놈 몸속에서, 수정란은 곧바로 자궁에 착상(着床), 발생하지 않고 그대로 머물다가 먹을 것이 풍부한 가을이 되어서야 발생을 한다. 이를 '착상지연(着床遲延:Delayed Implantation)'이라 한다. 얼음이 녹아버리는 늦봄에서 초가을까지는 먹이를 잡을 수 없어 쫄딱 굶어야 하니 새끼를 키울 육체적, 정신적인 겨를이 없다.
다음은 박쥐이야기다. 중국어로 '박쥐'를 '편복'이라 하는데, 편복의 '박쥐 복'과 행복을 뜻하는 '복 복'자가 발음이 같아서 중국 사람들은 박쥐를 장수와 경사, 행운의 동물로 여겨 공경하여 받드는데 실은 우리도 그런 편이다.
박쥐는 동면하는 동물로, 이때는 근방에 흩어져 살던 놈들이 한곳에 빼곡히 모여와 다닥다닥 여러 겹으로 우글우글 똘똘 뭉쳐 커다란 덩어리를 이룬다. 근 5~6개월간 지친 잠에 푹 빠지면 체온이 6도까지 떨어져 양분의 소비가 팍 준다. 주변 환경에 따라 새끼를 한 해에 1~3배를 낳으며, 한 배에 한 마리씩 낳는다. 박쥐 암수는 가을에 짝짓기하지만 난자와 정자가 곧바로 수정하지 않고 생식기관에 머물고 있다가 봄이 되어서야 수정을 하니, 이를 지연수정이라 한다. '착상지연'하는 북극곰 등과 함께 절박한 겨울나기를 하는 동물들의 공통특성이다. 또 난자와 정자가 수정이 되더라도 발생(난할)을 않고 수정란 상태로 머무는 착상지연도 한다. 봄이 왔다 해도 겨우내 굶어 까칠하고 '발라낸 생선 뼈같이' 앙상하게 여윈 몸이라 생식에 정신을 팔 수가 없으니 이토록 살이 찐 가을에 미리 짝짓기 해뒀다가 따뜻하고 먹을 것이 많은 봄철에 차차 낳아 걷어 키우겠다는 영리한 박쥐의 억척같은 생식작전이다!
어쨌거나 외국유학 간 부부들이 임신이 되지 않아 애를 태우는 수가 더러 있다.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넉넉하게 남아 있을 때 수태하는 것임을 이들 동물이 가르쳐 주고 있지 않은가. 하여 생물들은 언제나 우리의 스승님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