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교사와 홍 포수는 도깨비가 나온 집 주변부터 조사했다. 범, 표범, 곰, 늑대 등 맹수들의 발자국이 없었다. 도깨비가 나온 마을에는 개가 있었으나 도깨비가 나온 날에도 개들은 조용했다는 말이었다. 못된 여우나 오소리의 발자국은 발견되지 않았다. 주변에는 벌집도 없고 전갈, 지네, 독거미 등 해로운 독충도 발견되지 않았다. 맹수나 독충의 소행은 아닌 것 같았다. 김 교사와 홍 포수는 집 안도 조사했다. 부엌에 마른풀과 짚단들이 있었다. 폐가가 된 초가집 지붕을 덮고 있던 썩은 짚이었다. 산자 당국이 산에서 나무를 베지 못하도록 철저히 단속하고 있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땔감이 될 수 있는 것을 모두 부엌에 쌓아 올려놓고 있었다. 늦가을의 밤은 추워 그런 것으로 방을 덥히고 있는 것 같았다. 김 교사는 썩은 짚단에 주목했다. 썩은 짚은 연기만 내고 잘 타지 않으나 그래도 꺼지지 않고 안쪽에서부터 서서히 타고 있었다. 그러나 안쪽에는 파란불이 일고 있었다. 인(燐)이었다. 인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켰는데 그건 유해가스였다. 김 교사가 그런 것을 조사하는 동안 홍 포수는 방안을 살펴봤다. 방구석에 검은콩 같은 것이 있었다. 쥐똥이었다. 그곳에는 들쥐가 많아, 들쥐들이 방안에까지 들어온 것 같았다. 김 포수는 온돌 바닥에 깔아놓은 멍석을 벗겨봤다. 방구석에 구멍이 있었다. 들쥐들이 뚫어놓은 구멍이었다.
김 교사와 홍 포수는 그날 밤 마을에 있는 주막에 가서 막걸리와 두부, 도토리묵 등을 사와 도깨비가 나온 방에서 술을 마시면서 밤샘을 했다. 아궁이에서는 짚단이 타고 있었다. 방바닥이 뜨듯해지자 그들은 잠자리를 만들었으나 잠을 잘 수 없었다. 한밤중에 도깨비가 나왔다.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띵했다. 도깨비가 목을 조르고 있었다. 김 교사가 천자문을 읊으면서 방문을 열고 소리쳤다. “이 못된 도깨비, 썩 물러나지 못할까.” 하얀 옷을 입은 도깨비가 열린 문으로 도망갔다. 눈도 크고 입도 없는 도깨비였다. 도깨비는 쥐구멍에서 스며나온 이산화탄소 가스였다. 문을 열어놓자 바깥에서 찬바람이 들어오자 가스는 수증기처럼 하얗게 변해 날아가버렸다. 그게 집도깨비의 정체였다. 도깨비는 성 영감이 읊는 천자문이 두려워서 도망간 것이 아니고 활짝 열린 문에서 불어닥친 찬바람 때문에 날아가버린 것이었다. 물론 가스가 사라졌으니 성 영감 부부는 소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