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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대관령 자연냉방

동해안 해변의 '낭만가도'는 독일 뷔르츠부르크에서 퓌센(Fussen)에 이르는 '로맨틱가도'에서 착안한 것이다. 종착지 퓌센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국경지대 인근, 알게우알프스산맥 동쪽 끝 레히강 연안에 위치한다. 월트 디즈니가 디즈니랜드의 성을 지을 때 모델로 삼은 노이슈반슈타인 성이 있는 고도(古都)다. 여름 휴양지로 각광받는 곳이다. 몽블랑산의 만년설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으로 한여름에도 선선한 기후가 일품이다.

▼ 더위를 식히고자 찬바람을 불러일으킨다. 냉방에 혈안이다. 문제는 인공 냉각이 지나치다는 데 있다. 냉방병까지 호소한다. 몸의 생체리듬이 붕괴되기 때문이다. 신체가 느끼는 체감온도는 기온, 바람, 습도, 햇볕 쪼임 등 여러 기상요인에 기인한다. 이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 기온과 바람이다. 바람이 셀수록 체감온도가 낮아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차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더 시원하고 산간지대의 기온이 평야보다 더 낮은 것도 바람과 관계한다.

▼ 예부터 '여름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고 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사정이 다르다. 문명의 역효과, 냉방병이다. 이는 과도한 실내외 온도 차이에서 비롯된다. 인체가 가장 쾌적하게 느끼는 온도는 20~24도 정도라고 한다. 아울러 온도 변화에 따른 몸의 체온조절 능력은 5도 내외다. 이 차이를 넘으면 온도 변화에 적응하는 자율신경계가 피로해져 결국 병이 되는 것이다.

▼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지만 고지대인 평창군 대관령면은 쾌적한 세상이다. 한국의 알프스로 일컫는 이 지역은 한낮에도 도심의 밤보다 선선하다고 한다. 특히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동해안에서 시원한 동풍이 불어온다. 자연냉방이 이뤄지고 있어 불쾌지수도 전국에서 제일 낮다. 이래저래 열 받는 일이 많은 세상이니 대관령에서 심신을 식힐 일이 아닌가. 때마침 대관령국제음악제가 펼쳐지고 있으니 이는 휴양의 보너스다.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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