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강릉]경포호 인근 숭어 떼죽음 원인 놓고 논란

◇16일 강릉시 운정교 재가설공사 현장에서 하수관이 파손돼 하수가 유출되고 있다. 이곳은 지난 15일 강릉시 경포호 인근 하천에서 숭어가 집단 폐사한 현장에서 불과 500여m 거리에 있어 오염원에 대한 폐사라는 주장이 일고 있다. 강릉=최유진기자

운정교 재가설공사 중 하수관 파손으로 인한 하수 유출 제기

공사 관계자 “응급조치 통해 생태계 영향 미치지 않았을 것”

시 “염분 농도로 인한 폐사” 주장에 전문가들 “설득력 없다”

【강릉】지난 15일 강릉 경포호 인근 하천에서 숭어 수천 마리가 떼죽음 당한 것과 관련해 하수관에서 유출된 하수가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강릉시 경포동 운정교 재가설 공사 현장은 16일에도 기초 공사를 위해 파 놓은 웅덩이 한쪽으로 경포천 하류에 위치한 하수처리장으로 이어지는 하수관이 드러나 있었다.

지름 1m가량의 콘크리트 하수관의 일부가 알루미늄 판에 둘러싸여 있었고 그 사이로 하수가 연신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웅덩이 주변엔 고인 하수를 퍼냈던 것으로 보이는 양수기의 호스가 공사 현장 바로 옆을 지나는 경포천과 하수관 맨홀에 연결돼 있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 하수관은 지난 6월 20일 교량 기초 공사를 위해 파일을 박던 중 파일이 하수관을 건드려 파손된 것으로 이후에도 응급 조치만 취한채 방치돼 하수가 계속 경포천으로 유입됐다.

한 주민은 “경포천으로 하수가 유입되면서 심한 악취는 물론 숭어가 떼죽음당하기 전인 지난달에도 잉어가 폐사했으며 자라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숭어가 집단 폐사한 하천은 하수 유출 현장과 불과 500여m 거리에 위치한 곳으로 하수가 직접 유입되는 경포천과는 5m가량 폭의 둑으로 분리돼 있지만 둑을 관통하는 지름 60㎝가량의 배수 통관이 폐사 현장과 연결돼 있다. 배수통관은 경포천의 수면 위로 50㎝가량 위쪽에 위치해 평상시에는 물의 흐름이 없지만 최근 내린 폭우로 인해 하수가 유입된 경포천의 물이 배수 통관을 통해 숭어 집단 폐사 하천으로 유입됐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또 사건 당일 하천에서 옅은 기름띠가 번지는 것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공사 현장 관계자는 “하수관이 파손되자마자 응급조치를 취해 하수 유출을 최대한 막아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다음 주까지는 기초 공사를 하면서 파손 부위에 콘크리트를 타설해 완벽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릉시도 오염원 유입에 따른 폐사 가능성은 부인한 채 염분 농도로 인한 폐사에 더 큰 비중을 뒀다. 시 관계자는 “폭우로 인해 하천 하류에 서식해야 하는 숭어가 상류로 거슬러 올라왔다가 염분 농도가 맞지 않아 폐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오염 물질에 의한 죽음이라면 다른 물고기도 죽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민물과 바닷물을 오가는 숭어의 특성상 염분 농도 때문에 떼죽음을 당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의견이다.

송호복 강원대 교수는 “숭어는 경포호 인근 농수로에서도 종종 발견되는 어종으로 염분 농도의 변화로 민물에서 폐사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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