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태풍 '볼라벤'이 전국을 휩쓸고 지나갔다. 태풍 루사와 매미에 버금가는 강한 태풍으로 예보돼 전 국민을 긴장하게 했으나 비교적 무사히 지나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태풍 볼라벤의 전남 목포 앞바다 통과 시 중심기압은 960hpa(헥토파스칼)에 순간 최대풍속 59.5m/s(광주)로, 루사가 고흥반도 상륙 시 중심기압은 960hpa에 순간최대풍속 59.1m/s(제주)에 견주어도 결코 약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태풍이 루사와 매미에 비해 피해가 적었던 이유를 다양하게 분석하고 있다. 물론 볼라벤이 다른 태풍에 비해 이동속도가 빠르고 폭우보단 강풍이 더 강력한 마른 태풍이라는 이유가 클 수도 있다.
하지만 볼라벤의 발생과 소멸의 전 과정을 준비하고 대응했던 건설방재국장의 입장에서 볼 때, 이번 태풍이 우리에게 남겨준 교훈은 적지 않다.
먼저 언론매체의 적절한 대응과 도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 루사와 매미의 학습효과가 가장 중요한 요인인 듯하다. 태풍이 상륙하기 3일 전인 지난 25일부터 태풍의 진로를 집중보도하면서 우리 주변의 배수구 정비와 옥외간판 정비, 아파트 창문 파손방지를 위한 젖은 신문지 부착 등 '태풍대비 국민행동요령' 보도와 이를 실천한 시민들의 안전의식이 첫 번째 요인이다.
두 번째로, 도와 시·군 그리고 기상청의 한 발 빠른 선제적 대응이 주효했다. 지난 23일부터 기상청의 정확한 예보를 토대로, 강원도와 18개 시·군의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비상단계별 맞춤형 비상대응 시스템을 적극 활용했다. 강풍에 대비한 옥외간판 정비, 산사태취약지구 점검과 예찰활동, 하천고수부지 차량 이동주차 외 진입통제, 항·포구 어선 인양 등의 대피조치 등의 일련의 사전대응 조치가 효과를 본 듯하다.
재난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재난은 예고없이 찾아온다. 올해도 봄 가뭄과 폭염, 그리고 집중호우에 이은 태풍 등 크고 작은 재난이 끊이질 않는다.
이에 따라 도는 지난해부터 전국 최초로 추진 중인 '기후변화 대응 방재기능 강화대책'을 수정보완하면서 도정의 역점시책으로 추진 중이다. 우선, 산사태 예방대책으로 32개소에 불과하던 산사태 취약지역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여 583개소로 확대 지정하고 사방댐 신설과 보수, 방공호와 군사도로 정비 등을 꾸준히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또 금년처럼 봄 가뭄과 여름철 홍수대책을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으로 홍수 시에는 빗물을 저장하였다가 갈수기 또는 가뭄시에 수자원으로 재활용하는 '물은 담는 그릇' 확보대책을 추진 중이다. 예전에는 논이나 소류지 등이 그 역할을 했으나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그 기능이 현저히 떨어졌다. 시범사업으로 원주시 무실동 너름공원 지하에 지난해 말에 완공하여 시범가동 중에 있다. 또, 원주천의 상습침수 예방을 위한 원주댐 건설과 영월 강변저류지 등 '물을 담는 그릇'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갈 방침이다.
앞으로 도는 방재기능 강화대책을 적극 추진, 100% 재난을 예방할 순 없어도 철저한 사전대비를 통해 인명피해를 제로화하고 재산 피해를 최소화해 나갈 예정이다.
15호 볼라벤에 이어, 14호 태풍 덴빈이 유사한 경로로 북상 중이다. 덴빈은 볼라벤과 달리 이동속도가 느리고 비구름을 머금어, 지역별로 시간당 3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예보되고 있다. 볼라벤의 경험과 학습효과를 토대로 집중호우에 대비, 우리 주변의 재난 위험요소를 둘러보고 점검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