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가 환경오염의 사각지대인가. 군부대의 토양오염이 심각한 수준임이 또 밝혀졌다. 환경부와 육군본부가 지난해 군 기지 토양오염 실태를 조사한 자료를 보면 분석 대상 13개 기지 가운데 11곳의 토양이 독성물질에 오염됐다. 도내에서는 화천 모 부대의 토양오염이 심했다. TPH(총석유계포화탄화수소류)가 토양오염 우려 기준치에 비해 무려 20배가 넘게 검출됐다. 이러한 실태는 이 부대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조사 대상을 확대하면 더 많은 곳에서 오염된 현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군부대의 환경 불감증이 심각함은 그간 수없이 확인됐다. 기름 유출로 인한 지하수와 상수원 오염을 비롯해 폐기물 오염, 오·폐수 무단 배출로 인한 토양오염 등은 잊힐 만하면 터져 나오고 있다. 군부대의 특성과 군사보안을 이유로 오염 현장 접근이 제한되고 공개되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사안이다. 화천에 주둔한 부대에서는 벤젠이 기준치의 23.4배, 톨루엔은 13배, 크실렌은 56.3배를 넘는 양이 나왔다. 이 물질에 오염된 흙이 피부에 닿기만 해도 체내로 흡수돼 뇌와 신경에 상당한 해를 끼친다.
군부대가 환경보전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온 것을 모르는 게 아니다. 관련 지침을 제정해 보급하는 등 자체적으로 여러 제도를 마련, 시행해 왔다. 하지만 안보제일주의에 밀려 환경자원이 훼손되는 일이 적지 않았다. 환경문제 현황을 외부에 공개해 자치단체와 주민들과 공동으로 해결하고 바람직한 환경관리 정책을 수립하는 데는 다소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더 이상 환경오염 실상을 감추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지역사회와 협력해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요즘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환경안보'의 중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국민의 복지와 생활수준을 저하시키는 환경파괴 행위도 군이 방어해야 할 안보 요소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군이 환경을 망가트리지 않고 잘 유지, 관리해 환경에 대한 국민의 욕구가 충족될 때 국가와 국민의 안전과 안보도 함께 보장된다는 것이다. 환경안보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군 환경문제는 관·군이 공동으로 해결한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우선 협력이 가능한 분야부터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