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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박근혜 패션 정치

여성 정치 리더의 패션 스타일에는 '전문성'이 담겨있다. 1980년대 초반에는 대개 딱딱한 느낌의 감청색 혹은 검은색 슈트를 선택했다.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였던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의 파워 드레싱이 그렇다. 가는 허리와 큰 가슴, 넓은 골반 등 여성의 성적 부위를 강조하는 '여성성'의 양식도 있다. 아일랜드의 첫 여성 대통령 메리 로빈슨, 미국의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는 여성성을 당당히 과시했다.

▼ 민족의상과 그 나라만이 지닌 문양과 색상 활용은 '민족성'을 반영하는 매개체가 된다. 파키스탄의 총리를 역임한 베나지르 부토를 꼽을 수 있다. 서구 정장을 착용하면서도 자국의 전통과 종교를 고려해 절충된 의상을 입었다. '청렴성'을 강조하기 위해 깨끗함, 신뢰, 애타주의의 이미지를 가진 흰색을 선호하는 지도자도 있다. 칠레의 여성 대통령이었던 미첼 바첼레트가 즐겨 입은 의상은 청렴성을 상징하는 흰색이다.

▼ 우크라이나의 민주 시민혁명인 '오렌지 혁명'을 이끈 전 총리 율리아 티모셴코의 패션은 전문성, 여성성, 민족성, 청렴성을 모두 담았다. 정치 활동 초창기에는 어두운 색의 슈트와 단정한 검은 머리로 전문성을 나타냈다. 점차 성적 이미지를 활용, 몸매의 선이 드러나는 의상과 높은 하이힐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흰색과 진주로 청렴성을 표현했고 전통 헤어스타일과 의상, 전통문양의 브로치 패션으로 민족성을 표출했다.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거의 중성색과 무채색 옷을 입었다. 여기에다 새누리당의 로고와 의상을 빨간색으로 통일하면서 붉은 점퍼, 스웨터, 목도리, 장갑, 모자 등을 착용하고 전국을 누볐다. 당선 후에도 빨간 색상을 선택했으나 요즘은 자주색과 주황색 계통을 주로 이용한다. 그가 강조해 온 '대통합'을 간접적으로 피력하려는 의도다. 이제는 정치인의 패션 스타일과 색상도 읽어야 하는 시대다.

장기영논설위원·kyjang3276@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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