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소설] 세기의 사냥꾼 (9363)

부지깽이 주모 ②

그 집 주모는 유명한 여인이었다. 부지깽이 주모는 날이 어두워질 때 굶주린 늑대들이 주막 주변에서 돌아다니면 불이 붙은 부지깽이를 들고 혼자 나가 늑대들을 쫓아버렸기 때문에 그런 별명이 붙었다. 남자보다도 담이 크고 억센 여인이었다. 여인은 10년쯤 전에 장안에 있는 어느 대감집 식모로 있다가 그 집 예모(禮母)와 침모들이 안방마님에게 아첨을 하면서 아랫 사람들에게 횡포 부리는 꼴을 보다못해 그들에게 찬물 한 바가지를 퍼붓고 함경도 산중에 들어왔다. 여인은 그곳에서 주막을 경영했는데 그 주막은 10년 후에 대단한 집이 되었다. 관하의 힘이 미치지 못한 그 산중에서 부지깽이 주막집은 많은 사람과 나그네가 의지할 수 있는 집이 되었다. 황해도나 평안도에서 함경도로 가려는 나그네의 대부분이 그 집에서 머물렀다. 그 집에 머물면 안전했다. 그 집에는 3년 전에 바보 같은 젊은 불곰 한 마리가 앞마당에까지 들어왔다가 주모와 머슴들이 징을 치고 고함을 지르자 혼비백산하여 도망간 일이 있었을 뿐 그 후에는 어떤 맹수들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 집에 있으면 안전했다. 가끔 범의 포효가 들리기는 했지만 부지깽이 주모가 있는 한 범이 침범하는 일은 없었다.

사람들뿐만이 아니었다. 일부 야생동물들에게도 그 집은 안전지역이 되었다. 주막집 부엌 천장의 보나 도리에 커다란 구렁이 한 마리가 아예 자기 집인 양 살고 있었다. 따뜻하기 때문에 겨울에도 그곳에서는 동면을 하지 않았다. 그 녀석이 있는 한 쥐들이 날뛰지 않았기 때문에 부지깽이 주모도 녀석과 동거를 하기로 했다. 주막 앞마당에 벼 더미가 쌓여 있었는데 거기에 꿩들이 돌진하여 대가리로 처박고 버둥거렸다. 독수리나 매에 쫓긴 꿩들이었는데 추격하는 독수리나 매는 거기까지는 따라오지 않았다. 벼 더미에 박힌 꿩들은 부지깽이 주모가 웃으면서 뽑아주었다. 사슴이나 노루도 포식자들에게 쫓기면 주막 안으로 피란왔으며 포식자들도 주막 안까지 들어오지 않았다. 사슴이나 노루들은 아예 뒷마당 풀밭에 새끼들을 숨겨놓고 먹이를 구하러 나가기도 했다. 그렇게 보호된 사슴과 노루 새끼들이 어미 젖에서 떨어질 때까지 그곳에 머물기도 했다. 겨울에 먹이가 부족하면 일부 산양들이 산에서 내려와 주막에서 먹이를 얻어 먹기도 했다. 부지깽이 주모는 자기 집을 찾아오는 나그네들을 따뜻하게 대접했으나 함부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었다. 김 포교가 주막에 들어섰을 때 주모는 딱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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