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등단 20년 맞은 강릉 출신 김별아
세종조 양반가 간통사건 다룬 '불의 꽃'
'미실'의 작가 김별아가 신작 장편소설을 내놨다.
최근 출간된 '불의 꽃'은 조선 세종조 양반가의 간통 사건으로 참형에 처해진 유씨 부인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다. 역사에 가려진 여성들을 발굴하여 그 삶과 사랑을 전해온 김별아 작가의 '조선왕실 3부작' 중 조선왕실 동성애 스캔들을 다룬 '채홍'에 이어 두 번째다.
조선왕조실록에 “전 관찰사 이귀산의 아내 유(柳)씨가 지신사 조서로와 통간(通奸)하였으니 이를 국문하기를 청합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사건은 시대적인 이슈가 된 조선 양반가 간통 사건이다. 후에 성군이라 불리는 젊은 세종은 유교적 사회질서를 공고히 하고 조선 사회에 본보기로 삼기 위해 남자는 귀양 보내고 여자는 참수형에 처한다. 당시로서도 이례적인 형벌이었다.
작가는 이 사건이야말로 자유롭던 고려의 여성들이 새 나라 조선의 유교적 체제 안에 온전히 귀속되어 불평등한 삶을 살 수밖에 없게 한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판단해, 사랑으로 저항한 여성들의 삶을 보여준다. 또한 청화당과 경심, 그리고 서로에게까지 이어지는 부모와 자식의 어긋난 애정과 상처, 형제자매간 동기간의 질투와 시샘, 고부간의 미묘한 감정 등 인간관계 속에서 늘 부딪치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근원적인 갈등과 고민을 녹여낸다.
올해로 등단 20년을 맞은 작가는 강릉 출신으로 1993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2005년 장편소설 '미실'로 제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으로 '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 '개인적 체험' '축구전쟁' '영영이별 영이별', 산문집 '톨스토이처럼 죽고 싶다' '식구-우리가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들' '가족 판타지' '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 등이 있다. 해냄 刊. 339쪽. 1만3,800원.
남궁현기자 hyunng@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