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생물이야기]꽃 중의 꽃 `진달래'(879)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적은 기후 차 따라 꽃 피는 시기 달라져

가까운 곳 기후·기온 다른 것이 '미기후'

언제 읽어도 가슴 뭉클한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이다. 나 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영변에 약산/진달래꽃/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가시는 걸음걸음/놓인 그 꽃을/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나 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봄 오는 속도는 좀 느려서 하루에 24㎞로 북상(北上)하는데 비해 가을을 약 30㎞ 빠르기로 남하(南下)한다. 화무십일홍이란 말을 실감한다. 지금 필자가 늘 걷고 뛰는 춘천의 애막골의 진달래는 필 듯 말듯 한 것에서부터 이미 떨어진 것도 있다. 양지바른 곳의 것은 일찍 피었지만 응달의 것은 이제 꽃망울을 터뜨리니, 이렇게 적은 기후 차에 따라 잎 나기나 꽃 피기가 다른 것을 미기후(微氣候,Microclimate) 탓이라 한다. 밭고랑의 잔설(殘雪)은 그대로 있는데 밭둑의 눈은 벌써 녹더라. 이렇게 가까운 곳의 기후, 기온이 다른 것을 미기후라 한다.

어쨌거나 진달래는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전국 어디에서나 피어나며 '참꽃'이라 부른다. 새 중의 새가 '참새'요, 나무 중의 나무가 '참나무'라면, 꽃 중의 꽃이 아리따운 '진달래'다. 어릴 때 이야기다. 학교를 끝내고 집으로 오는 길에 너 나 할 것 없이 부랴사랴 야트막한 산등성이, 깎아지른 벼랑을 앞다퉈 기어오른다. 궁둥이에 비파 소리가 난다. 그때는 그 산! 이 몇 십 길이나 높더니만 나이 먹어 어른이 되어 보니 그렇게 낮은 것을…. 아련한 추억! 학교 건물도 커 보였고 강물도 무척이나 깊게 느껴지지 않았던가. 서둘러 진달래꽃을 한 옴큼씩 따서 양지바른 언덕 아래 옹기종기 둘러앉아 허덕허덕 꽃잎을 따먹는다. 이른 봄 진달래꽃 피는 때가 바로 묵은 곡식은 다 떨어지고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아 먹을 게 없는 어려운 보릿고개 철이다. 지지리도 먹을 게 없으니 아등바등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한 맥령(麥嶺), 어쩌면 그 고개가 그리도 높았던가. 기꺼이 그 간난(艱難)을 무릅쓰고 굳게 견뎠다. 피할 수 없으면 맞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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