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과 인접 비 많이 올 때마다 인근 저지대 침수 위험
댐 완공 이후 준설 거의 안 돼 퇴적물 영향 수질도 엉망
수문 조절 통해 개선 제기 … 한수원 “발전 차질 어려워”
의암호가 불안하다. 1967년 의암댐 건설로 인공호수가 만들어지며 '호반의 도시 춘천'을 있게 한 의암호가 40여 년이 지나면서 수질과 치수(治水) 두 분야 모두에서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댐 건설 뒤 40여 년간 상류로부터 떠내려온 토사 등 퇴적물이 꾸준히 의암호 상류에 쌓이면서 저수나 담수능력을 떨어뜨려 기록적인 폭우 등 이상 기후 시 춘천 도심 침수 등 재난을 불러올 수도 있다.
하지만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는데도 의암호 하상의 퇴적물이 얼마나 되고, 어떤 변화가 있는지 등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 의암호 46년간 준설 없이 그대로 = 1967년 의암댐 건설에 따른 의암호의 총 저수량은 호수면적 17㎢, 너비 5㎞, 길이 8㎞로 이뤄져 있다. 의암댐에 의한 의암호는 소양강댐이나 춘천댐 등과 달리 춘천 도심과 붙어있어 우기 때에는 저지대 지역의 경우 항상 침수 위험이 상존한다.
더욱이 댐 건설 이후 수십 년간 북한강과 소양강, 공지천과 서면 덕두원 방동리 하천 등 지류에서 떠내려와 의암호 상류에 쌓인 토사의 양도 늘고 있다.
일부 어촌계원들 사이에서는 “일부 구간의 경우 퇴적물의 높이가 3~4m에 이른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때문에 시간당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 의암댐에서 방류량을 늘려도 의암호가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벗어나 공지천 등 지류 하천으로 역류할 수 있다.
당초 의암호의 저수용량은 약 8,000만톤에 달하지만, 수십 년을 거치며 실제 양이 변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40여 년간 의암호에 대한 대규모 준설 등은 이뤄진 적이 없다. 시 관계자는 “공지천과 의암호의 합류지점에 있는 호수공원을 만들 때 일대를 준설한 것 말고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준설 비용도 그렇지만, 환경적 영향 논란을 부를 수 있는 만큼 지자체 등에서는 꺼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 수문 조절로 퇴적물 배사능력 높여야 = 의암호의 퇴적물 침전에 대해 준설보다는 장마철 일시적인 댐의 수문 조절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범철 강원대 환경학과 교수는 “평상시 의암댐의 수위를 69~70m로 조절하는데, 장마철 수문을 이보다 1~2m 아래로 더 열면 유속에 의해 의암호 상류의 퇴적물을 낮은 곳으로 이동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사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댐을 운영하는 한수원 측은 부정적 시각이다. 한수원의 한 관계자는 “수문을 더 낮추면 발전방류 아래로 떨어져 전기 생산을 위한 발전을 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는 만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또 북한강 등 하천의 경우 강우빈도가 높아지면서 계획 홍수위 높이가 상향되는데도, 댐은 건설 당시 이래 줄곧 같은 높이를 쓰고 있는 것도 아이러니다.
국토교통부의 지난해 하천정비기본계획에 따르면 의암댐 일대의 북한강 계획 홍수위의 높이는 해발 73.36m이지만, 댐의 홍수위는 하천법이 만들어진 1970년대 초반부터 줄곧 제한수위 70.5m, 계획 홍수위(만수위) 71.5m를 적용하고 있다.
■ 의암호 다이옥신 농도 전국 최고 = 2010년 환경부의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측정망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하천 등 수질 다이옥신 검사에서 춘천 의암댐 일대가 ℃당 1.009pg(피코그램)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첫 조사가 이뤄진 지난 2008년 평균에 비해 30%가량 높아진 수치였다.
또 지난해 여름에는 장기간 녹조 현상이 지속되면서 황토가 긴급 살포되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의암호 하상에 쌓인 퇴적물과의 연관성이 거론된다.
상황이 이렇자 시는 올해 처음으로 2억원을 들여 지난 5월 의암호 퇴적물 현황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의암호 어디에 얼마나 어떤 성분의 퇴적물이 쌓여있고, 이것이 수질이나 치수 측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내년 초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국비나 한강수계기금 확보 방안, 한수원과의 협력사업 등을 이끌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류재일기자 cool@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