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소설]세기의 사냥꾼<9597>

외딴섬의 자연학습 ⑮

붉은코 영감은 이번 태풍으로 자기가 살고 있는 어촌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배가 서너 척 파손되었고 스무 채쯤 되는 집이 침수되었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밝았다. 태풍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영감은 이번 태풍으로 바다가 다갈색으로 변했다고 말했는데, 그건 바다의 밑바닥이 온통 뒤집어졌다는 것을 뜻했다. 바다의 바닥이 뒤집어지면 플랑크톤과 작은 어패류가 떠오르고 큰 고기들은 그걸 노리고 모여들었다. 그래서 어부들은 쉽게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 어부들은 태풍 뒤에는 풍어가 온다고 말했다. 해녀들도 그걸 기대하고 있었다. 지난해 태풍이 지나갔을 때는 평소보다 서너 배나 많은 전복과 소라를 잡았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모두가 마구로의 사시미로 술판을 벌이고 있을 때 뜻밖의 방문객이 있었다. 처음 보는 외부 사람인데 그런 곳과 어울리지 않는 단정한 복장이었다. 명함에는 도쿄에 있는 어느 백화점의 지배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큰 백화점이어서 안도우 교수는 그 주인 이와키를 알고 있었다. 등대지기 오카미가 도쿄에서 요리점을 경영하고 있을 때의 단골손님이었는데, 이와키는 그때부터 오카미에게 딴 마음을 먹고 있었다. 이와키는 그 후에도 몇 번이나 오카미를 찾아와 자기의 처가 죽었다면서 청혼을 했으나 오카미는 승낙하지 않았다.

지배인은 이와키 사장이 오카미가 있는 외딴섬에 태풍이 지나갔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걱정을 하며 자기를 보냈다고 말하면서 선물을 내놓았다.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는 반지로, 그 선물이 뭘 뜻하는지 알 만했다. 그러나 오카미는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했다. “나는 이 외딴섬의 단 한 사람뿐인 주민입니다. 나는 이 섬과 여기에 사는 새들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죽을 때까지 여기서 살 생각입니다.” 백화점 지배인은 하오 늦게 가져온 선물을 도로 들고 돌아갔다. 태풍은 지나가고 하늘에는 해가 떠올라 있었다. 많은 갈매기가 돌아와 섬 위에서 난무를 하고 있었다. 섬의 산림을 삼켰던 물도 빠르게 빠지고 있었으며 피난 갔던 동물들도 돌아오고 있었다. 이제 안도우 교수 등 학자들도 돌아갈 때가 된 것 같았다. 그들은 해녀들에게 딸을 홋카이도 대학에 보내달라고 말했다. 학교 연구실에서 심부름을 시키면서 공부를 돕겠다는 말이었다. 그 소녀의 어머니와 할머니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 것이었다.

강원의 역사展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