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일반인뿐만 아니라 생물학을 전공한 학자들에게도 생소한 '큰빗이끼벌레(Pectinatella magnifica)'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끼모양(苔形)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태형동물의 일종이다. 하지만 산호초가 식물이 아니라 동물인 것처럼 태형동물 역시 식물이 아닌 동물이다. 게다가 현미경으로 보아야만 관찰되는 매우 작은 무척추동물이다. 반면 물컹물컹한 젤라틴 군체가 커다란 공 모양을 하고 있고, 표면에 지저분한 이물질까지 덮고 있으면 왠지 흉물스럽기에 일부에서는 환경오염의 산물로 오해받고 있는 실정이다. 더불어 어민들에게는 특정시기에 어망에 잔뜩 붙어있기에 어업활동의 불편함과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기 때문에 이에 민감한 것은 사실이다. 얼마 전 우리 도내에서도 의암호 인근의 공지천 하류에서 큰빗이끼벌레가 발견되었다. 이는 중부지역에서 처음 발견된 것으로 최근 심화된 가뭄에 따른 수량 부족, 유속의 저하, 유기물의 축적 등 다양한 요인이 결합되어 나타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태형동물의 많은 종류가 대부분 해양에서 서식하며, 민물에서는 일부만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조사, 연구된 바에 의하면 대부분의 담수산 태형동물은 유속이 완만한 일정 깊이의 물속에서 바위나 나무, 각종 수생식물 그리고 어망이나 로프 등에 부착하여 주로 식물플랑크톤을 섭식하며 살아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원산지가 북미인 큰빗이끼벌레는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에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이는 원목 수입, 철새 이동 그리고 외래어종 도입 등의 여러 과정 중에 포함되어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으나 명확한 도입경위 및 시기는 아직까지 불분명하다. 반면 분명한 것은 여름 집중강우 이전의 수량이 줄고, 수온이 올라가는 우리나라의 기후 특성 상 댐호를 비롯한 농업용 저수지 그리고 심지어는 중대형 하천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큰빗이끼벌레가 나타난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설로 학계에서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독성에 대한 문제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더불어 이러한 생물이 수질오염을 가중 또는 정화시킨다는 명확한 연구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는 실험실상의 제한된 조건과 실제 자연생태계에서의 조건이 큰 차이가 있기에 결국 생태학적 독성을 검증하고 재연하는 먹이그물 단계에서의 생태계 범주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큰빗이끼벌레로 인한 전반적인 수생태계 교란을 예단하기에는 아직 섣부르다는 것이 관련 연구자들의 의견이기도 하다. 역설적이지만, 이번 현상은 태형동물을 비롯하여 조명 받지 못하고 있는 각종 기초과학에 대한 장기적 지원 및 이에 연관된 응용연구가 동시에 늘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언행일치(言行一致)뿐만 아니라 현명한 지행일치(知行一致)가 필요한 시대이다. 많은 정보가 밀물처럼 들어오고 다시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흥미위주의 정보가 새롭게 가공되고 있는 시점인 것이다. 연구자들은 보다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올바른 중심을 그리고 대중과 언론은 비판적인 시각으로서의 합리적인 중심을 그리고 정부는 다양한 의견을 통섭하고 미래를 계획하는 지혜의 중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