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생물이야기]보리이삭 뽑아 풍년을 점쳤던 조상들<972>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가장 오래된 작물 중 하나

전 세계적으로 30여 종 존재

“아, 마음 설레는 봄이다! 얼마나 시리고 아린 겨울이었던가. 봄이 되어 초목이 싱싱하게 싹을 쑥쑥 틔운다는 초목노생의 어린 봄이로다!” 이렇게 봄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녹음방초승화시(陰芳草勝花時)라고, 나뭇잎이 푸르게 우거진 그늘과 향기로운 풀이 꽃보다 낫다는 첫여름에 성큼 접어들었다. 정녕 세월여류란 말을 실감하게 되는구나!

아무렴 김칫독 얼어터진다는 입춘에 '보리뿌리 점(占)'을 본다. 논밭의 보리이삭을 뽑아 보아 뿌리 가닥이 둘이면 그해 흉년이 들 조짐이고, 셋이면 소출이 좋은 풍년이 들 징조라는 것. 겨울이 너무 따뜻하면 보리가 웃자라 못 쓰는 법이니 추울 땐 추워야 한다. 어쨌거나 생물들이 신통방통하다. 가을 무 꽁지가 길거나 껍질이 두꺼우면 겨울이 모질게 춥고, 까치 녀석들이 집을 높다랗게 짓거나 민물고기 어름치가 자갈로 쌓는 산란탑(産卵塔)을 물가에 지으면 그해 여름 물난리가 날 전조란다. 지금 한창 푸르게 자라는 보리 이야기다. 보리는 단자엽(單子葉·외떡잎), 볏과(화본과·禾本科) 식물로 속이 빈 줄기는 둥그스름하며 곧고 키가 1m를 넘는다. 영어로는 'Barley'인데 발음이 우리말 '보리'와 비슷한 것은 우연일까, 아니면 원산지(터키거나 이라크)의 발음이 흘러온 것일까? 대맥(大麥)이라 부르는 보리(Hordeum sativum)의 잎은 물론 서로 어긋나게 붙고 잎은 나란히맥이다. 보리는 가장 오래된 작물 중 하나로 세계적으로 30여 종이 있으며, 벼를 포함하는 볏과 식물이 그렇듯이 암술 하나에 수술 셋이 한 꽃에 든 양성화로 자가수분(제꽃가루받이)하고, 염색체는 14개다.

보리는 가을에 심는 두해살이인 '가을보리'와 봄에 심는 한해살이 '봄보리'가 있다. 그리고 이삭수염(까끄라기, 까락)이 길고 열매(씨알)의 겉겨(겉껍질)가 익은 뒤에도 잘 떨어지지 않는 '겉보리'(Covered barley)와 까락이 짧고 씨알이 성숙하면 속껍질과 겉껍질이 잘 벗겨지는 '쌀보리'(Naked barley), 맥주원료로 쓰이는 '맥주보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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