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살인 멧돼지 `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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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촌 인명 피해 잇따라

“산 오르기조차 겁나” 공포

경찰, 포획 등 대응책 배포

속보=야생 멧돼지가 사람을 해치는 일이 벌어지면서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강원지방경찰청은 삼척시 가곡면 야산에서 주민 심모(36)씨가 멧돼지 6마리의 습격으로 숨지자 삼척을 비롯해 태백, 경북 울진, 봉화 등에 멧돼지 주의 경보를 내렸다. 또 16일 오전부터 엽사 14명을 현장에 투입, 심씨를 습격한 멧돼지 무리를 찾는 수색 활동에 나서 이날 오후 1시께 사고 지점 인근 야산에서 길이 1m 남짓, 무게 50~60㎏의 수컷 멧돼지 1마리를 사살했다.

경찰과 전문가들은 야생멧돼지 교미기간인 지난달 중순부터 멧돼지가 극도로 예민해져 공격성을 드러내 이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종성 (사)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도지회장은 “야생멧돼지는 교미기간이 되면 치열하게 영역 싸움을 벌이는데 사람을 침입자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며 “홀로 산행하는 것을 피하고 큰 소리를 내 멧돼지의 접근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고가 발생한 삼척 등의 주민들은 이날 경찰이 배포한 야생 멧돼지 습성과 대응책을 받아보며 외출을 삼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200~300㎏에 달하는 멧돼지가 날쌘 움직임을 보이고 수컷 1마리가 여러 마리의 암컷을 거느리며 무리지어 다니는 습성으로 위험성이 높아 사고 재발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일부 농촌지역의 경우 멧돼지 공포가 장기화 될 경우 겨울철 주된 생업인 겨우살이, 칡 등의 채취가 어려워져 생계 곤란을 겪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사고가 난 가곡면은 농사가 어려워 상당수 주민들이 산을 생계 터전으로 삼고 있다. 더욱이 숨진 심씨는 3세,4세 남매를 두고 있는데 필리핀 출신 부인은 지난 9월 집을 나간 뒤 소식이 끊겼고 어머니 마저 목소리로 사람을 구분할 정도로 시력이 악화돼 이웃들로부터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주민 조순자씨는 “겨울철이면 약초와 겨우살이를 채취하기 위해 자주 산에 오르는데 이번 멧돼지 습격 사고로 산을 오르기조차 겁난다”고 말했다.

황만진·정윤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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