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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명태…귀태

백발에 검은 뿔테 안경, 성악가 오현명의 생전 인상이다. 그 오현명이라는 이름에 필연적으로 따라다니는 레퍼토리가 있으니 가곡 '명태'다. “(…) // 짝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명태, 헛 명태라고/ 헛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베이스바리톤, 묵직한 중저음에 실려 나왔던 곡절이 더없이 잘 어울렸다. ▼오현명은 유고 자서전 '다시 부르고 싶은 노래(세일음악문화재단 간)'에 이렇게 적어 놓았다. “변훈의 '명태'를 좋아하고 사랑하게 된 것은 그 노래에 깃들어 있는 한국적인 익살과 한숨 섞인 자조와 재치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아울러 명태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냄새가 자연스럽게 배어 있는 그런 곡이다. “(…) 젊지만 전쟁의 소용돌이에 갇혀 자유로울 수 없는 영혼들의 자조 섞인 신세를 명태에 비유한 한탄조도 엿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지구상에서 한국인이 제일 즐겨 먹고, 가장 많이 먹는 바닷고기가 명태다. 생태, 황태, 선태, 동태, 찐태, 노가리, 코다리, 낙태, 먹태, 깡태, 왜태, 춘태, 막물태, 사태, 추태, 간태, 짝태, 조태, 원양태, 북어…. 명태의 또 다른 명칭이다. 게다가 북어포가 올라가지 않는 제사상은 상상이 안 된다. 굵은 실타래로 북어를 매달아 놓고 무사안녕, 승승장구를 기원한다. ▼시린 생을 마치고 나서 인간의 기원과 소망을 껴안는 명태가 '귀태'가 됐다. 동해안에서는 '개도 발로 차버린다'는 말이 횡행할 정도로 흔했던 명태가 귀해졌다.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는 해양수산부가 살아 있는 명태를 구하고자 현상금 50만 원을 내걸기까지 했다. 해수부와 강원도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가 18일 최북단 고성 저도어장 인근 보호수면 해역에서 명태 치어 2만 마리를 방류했다는 소식이다. 시름 깊은 시류인데 명탯국, 북어해장국이라도 실컷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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