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태양의 후예' 미술감독 김소연이 털어놓은 촬영지 태백의 비밀

"태백은 세트만 지어둬도 이야깃거리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공간이었어요"

인기드라마 '태양의 후예' 이야기가 펼쳐졌던 백두대간의 중심, 태백에 대한 김소연 미술감독(37)의 평가다.

김 감독은 연합뉴스와 단독 인터뷰에서면서 "과거 석탄이 오갔던 현장이었던 탓에 땅 높낮이 차이가 20m는 훌쩍 넘을 정도로 드라마틱한 점도 좋았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렇게 매력적인 공간에도 치명적인 결점이 있었다. 태백 땅이 그리스 땅과 달리 거무스름한 빛을 띤 탓에 다른 곳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열띤 논의를 거쳐 세트는 결국 태백에 둥지를 틀었다.

"굳이 배우들이 어떤 연기를 보여주지 않아도 공간 스스로 말을 하는 곳이 있어요. 태백이 바로 그랬어요."

사전제작이었음에도 "미니시리즈 세 편을 동시에 만드는 것 같았다"는 김 감독의 말에서 제작진이 쏟은 공을 짐작할 수 있다.

지진 세트를 만드는데서도 김감독의 번뜩이는 재치가 빛을 발했다.

시청자 눈높이가 매우 높아진 상태에서 어설픈 지진 세트는 안 될 말이었다. '어떻게 만들어도 실감 나야 한다'는 생각이 김 감독의 머릿속을 내내 맴돌았다.

그러다가 얻은 답이 '폐건물'을 사들여서 부수는 방안이었다.

"처참하게 부서진 건물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지진을 임팩트 있게 그려낼 수 있겠다고 판단했죠. 다행히 태백에 폐건물이 많았어요. 완파를 목표로 했는데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서 폐건물 20%만 샀어요.지금 돌이켜 봐도 정말 잘한 결정이었어요."

제작진은 폐건물 20%에 해당하는 돈을 지불하고, 그 건물의 20%만 부쉈다. 지진이 휩쓸고 간 현장을 더 극적으로 담아내고자 주변에 잔해를 원하는 대로 설치했다.

5회와 6회에서 접한 사실적인 지진 장면은 그렇게 탄생했다.

김 감독은 마지막으로 꼽은 '신의 한 수'는 엉뚱하게도 '먼지'였다.

지진이 나기 전 세트를 지진이 난 후 세트로 바꾸는 데 꼬박 열흘이 걸렸다. 밤잠 자지 않고 세트에 매달렸지만, 재난 현장 같지 않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계속 고민하는데 누군가 기계 하나를 보여줬어요. 종이 가루를 그 기계 안에 넣은 뒤 물이랑 섞으니 까만 가루가 나오더라고요."

김 감독은 그 가루를 보면서 "모든 재난 영화의 마지막은 먼지"라는 깨달음에 무릎을 쳤다.

스태프가 타워 크레인을 타고 뿌린 가루가 온 세트를 뒤덮었다. 1차로 충분치 않다는 판단에 다시 기계를 불러 가루를 뿌렸다. 그렇게 먼지를 풍성하게 끼얹은 세트는 완전히 옷을 바꿔 입었다.

김 감독은 "세트에서 중요한 것은 공간감 아니면 질감"이라면서 "그런데 그 먼지가 바로 지진 현장의 질감을 실감 나게 살려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다"고 강조했다.

이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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