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끝, 더 이상은 오를 수 없는 지점이다. 반대로 하늘이 열려 천인이 인간세상으로 강림한 곳이다. 태백산(太白山)이다. '삼국유사'에 그 연원을 읽게 하는 단군신화가 나온다. 환웅이 무리 3,000명을 이끌고 태백산 꼭대기에 있었다는 신단수(神壇樹)라는 나무 아래 내려와 신시(神市) '아사달'을 열었다는 것이다. 조화를 부릴 수 있는 풍백(風伯) 운사(雲師) 우사(雨師)까지 거느렸음은 물론이다. ▼'삼국유사'를 쓴 일연은 묘향산(妙香山)을 태백산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이후에 편찬된 '제왕운기' '세종실록지리지' '동국사략' '동사강목' '동국여지승람' 등의 단군에 관한 기록에는 '태백산'으로 표기돼 있다. 역사학계에서는 태백산은 신화에 나오는 지명이어서 그 현재적 위치를 설정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상징적 지대로 백두산(白頭山)을 태백산으로 인식할 뿐이다. ▼환경부가 '민족의 정기'가 서린 태백산을 국립공원(제22호)으로 지정 예고했다. 공식 지정일은 광복 71주년과 22번째 국립공원이라는 점을 기념해 오는 8월22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태백산 정상에 천제단(天祭壇)이 있는데, 신라 시대부터 임금이 축문과 향을 내려 제사케 하였다는 기록이다. 이 전통을 이어 매년 10월3일 봉행하는 '태백산 천제'를 문화재청이 중요민속자료(제228호)로 지정(1991년)했다. ▼때마침 태백지역에 세계적인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인기드라마 '태양의 후예' 주요 촬영지인 까닭이다. 민족의 시원이 되는 건국신화와 우리 시대의 스토리텔링이 조우한 지역이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의미를 더하는 것은 물론이다. “(…)/ 육신이란 바람에 굴러가는 헌누더기,/ 영혼이 그 위를 지긋이 누르지 않는다면.” 조정권의 시 '산정묘지 1' 갈무리 구절이다. 산정은 변치 않는 결빙의 지대다. 감동이 사그라지지 않는 공원으로 가꿔지기를 기대한다.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