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오피니언]노벨상 밥딜런의 전기(傳記)영화

백승호 도 기획관

1960년대 나의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위인으로 자라나길 바라셨는지 자녀들에게 위인전을 선물하는 게 유행이었었나 보다. 어릴 때 우리 집이 풍족한 집안이 아니었음에도 나에게도 위인들의 자서전 전집이 있었으니 말이다. 마하트마 간디, 윈스턴 처칠, 닥터 슈바이처, 마담 퀴리, 헬렌 켈러, 케말 파샤 등등 그때 읽은 위인들의 자서전 속 이야기가 아직도 내 머리에 남아 있는 걸 보면 당시 꽤 재미있게 그들의 이야기를 읽었던 것 같다.

전기(傳記)라는 것이 인물의 행적을 기록한 것이므로 사실에 기초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쓰는 이의 생각이나 관점에 따라 허위나 왜곡이 개입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고 특히 자서전의 경우 위인들이나 유명인들도 사람이다 보니 감추고 싶은 부분에 대한 자기합리화나 변명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인류사를 빛낸 이들의 업적들이 감춰지는 것은 아닐 것이고 이들의 범상치 않은 인생사를 통해 우리는 큰 감동과 때로 영감을 얻기도 한다.

하루 독서 시간이 6분이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한국인은 책을 잘 안 읽는다고 하는데 나도 평균의 한국인을 넘지 못하는 범인이라 공전의 히트를 쳤다는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도 이런저런 핑계로 지금까지 완주를 못하고 있다. 그런데 희소식이 들려온다. 잡스의 전기를 영화로 만든단다!

나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음악 대가들의 전기영화를 즐겨본다. 대가들의 삶과 음악이 함께 어우러져 책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현실감과 몰입감을 느낄 수 있어서다. 개인적으로 ▶모차르트의 전기영화인 척하면서 그 시대의 실존인물인 음악가 살리에리를 질투심 넘치는 경쟁자로 등장시키는 픽션을 가미한 '아마데우스(Amadeus,1984년)', ▶미국 포크가수 밥 딜런의 전기영화지만 제목처럼 정작 그는 등장하지 않고 딜런의 변화무쌍한 캐릭터(시인, 포크가수, 록가수, 반전운동가, 크리스천, 은둔자)를 드러내는 여섯 명의 서로 다른 쟁쟁한 배우(케이트 블란쳇, 크리스찬 베일, 리차드 기어 등)들을 통해 딜런의 음악과 생애를 비춰주는 '아임 낫 데어(I'm not there, 2007년)' 등을 내게 큰 감동을 안겨준 음악가 전기영화로 꼽고 싶다.

전기영화와는 조금 다른 형식이지만 영상자료와 평론가들의 코멘트를 가미한 다큐멘터리 음악영화도 선댄스 채널(Sundance Channel)을 통해 접할 수 있는데 그중 ▶27세에 알코올과 약물 중독으로 요절한 블루스 가수 재니스 조플린의 일대기를 공연영상과 밴드 멤버, 주변인들의 인터뷰를 넣어 제작한 '재니스; 리틀 걸 블루(Janis; Little girl blue)'와 ▶리드 보컬인 프레디 머큐리가 병사하면서 지금은 해체된 영국 록 그룹 퀸(Queen)의 최고 히트곡이라 할 수 있는 '보헤미언 랩소디'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이 흥미로웠다.

소개한 영화들이 철 지난 것들이기는 하지만 이 가을에 선정성과 폭력이 난무하는 요즘 영화에 지쳐 새로운 영화를 찾는 영화팬이라면 전기영화 한 편으로 지친 눈을 달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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