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복(伏)날'

'한 주발 향그런 차 조그마한 얼음 띄워/마셔보니 참으로 무더위를 씻겠네/한가하게 죽침 베고 단잠에 막 드는데/손님 와 문 두드리니 백번인들 대답 않네.' 서거정의 '삼복(三伏)'이라는 시다. 찌는 듯한 더위에 지친 몸을 달래는 얼음차를 마시고 낮잠을 즐길 수 있다면 누구라도 행복할 것이다. ▼오늘(22일)은 하지로부터 네 번째 경일(육십갑자 중에서 천간의 '경' 자가 들어가는 간지를 말하는 것)로 중복이다. 세 번째 경일은 초복, 입추로부터 첫 번째 경일은 말복이다. 복날은 중국 진나라의 덕공이 음력 6월부터 7월사이 세 번 여름 제사를 지내며 신하들에게 고기를 나눠 준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천간의 경은 하늘로는 달을, 땅으로는 바위와 암석을 의미한다. 경일을 복날로 삼은 것은 바위와 암석마저 달구는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복날은 보양식을 먹는 날이다. 대한민국 대표 복날 메뉴는 삼계탕이다. 닭칼국수, 영양탕, 민어탕, 장어탕, 추어탕 등도 여름을 이겨내는 영양가 높은 음식이다. 조선 시대 궁중에서는 삼복 때 고관들에게 빙표를 나눠줘 장빙고에서 얼음을 타 가게 했다고 한다. 요즘 냉탕 요리로는 미역초무침과 냉면도 훌륭한 복달임이다. ▼무더웠던 1994년 여름에 서울에서만 노약자 800여명이 폭염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올해 더위도 예사롭지 않다. 75년 만에 경주가 39.7도를 기록한 이후 전국적으로 폭염특보가 계속되고 있다. 말복인 8월11일까지는 더위와 싸울 각오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더위를 무작정 두려워 할 이유는 없다. '서기제복(暑氣制伏)'이라고 했다. '서기(暑氣)'는 여름의 기운을 말하고 '제복(制伏)'은 복날을 꺾는다는 뜻이다. 더위를 꺾어 정복하는 날이 복날인 셈이다. 우리도 중복을 올여름 더위를 이기는 날로 삼자.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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