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조계종 원로 무산스님 입적]“중생들 삶이 바로 팔만대장경이고 부처며 선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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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당 무산 스님이 남긴 말

지난 26일 입적한 조계종 원로위원이자 속초 신흥사 조실인 설악당 무산 스님은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언급한 것처럼 많은 사람에게 '묵직한 화두(話頭)'를 던지곤 했다. 그가 내리는 법어는 짧고 간결한 표현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2012년 동안거 해제법회에서는 평소와 다르게 길었다. 스님들을 향한 호통이 그것이었다. 무산스님은 법문을 듣기 위해 자리한 수좌스님들을 향해 “절간에는 아무것도 없으니 중생 속에서 부처와 선지식을 찾으라”고 일갈했다. 이어 “절간에 부처님이 있느냐? 절은 스님들 숙소에 불과하다”며 “시장 노점상, 노숙자, 주막 주모 등 중생들의 삶이 바로 팔만대장경이고 부처며 선지식”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이청준의 소설 '당신들의 천국'을 말하며 '당신들의 천국'을 만들지 말라고 강조했다. 경전 문구에만 매몰되지 말고 세상 속에 진리를 찾아 감동을 주는 불교, 감동을 주는 수행자가 되라는 뼈 있는 법어였다.

또 2015년 동안거 해제법회에서 “수행자는 생사 고해를 타파하고, 일대본분사를 해결할 때까지 진정한 해제를 한 것이 아니다”라며 “모름지기 수행자는 화두를 들려면 사무치고 간절하게 정진해야 한다”고 스님들의 용맹정진을 강조했다. 지난해 동안거 해제법회에서 그는 탄핵정국에 대해 설명한 후 “삼독(三毒·불교에서 말하는 근본적인 세 가지 번뇌)의 불길을 잡은 사람은 자기 허물을 보는 사람이고, 자기 허물을 보는 사람은 공명정대한 사람이다. 이번에 공명정대한 사람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어를 통해 대통령의 자격에 대해 말한 것이다.

무산 스님은 “중생이 없으면 부처도, 깨달음도 없는 만큼 오늘의 고통, 중생의 아픔을 화두로 삼아야 한다”며 “지금 세계는 삼독의 바다이니 수행자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해서는 삼독의 불길을 잡는 소방관이 돼야 할 것”이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올 3월 동안거 해제를 앞두고 스님은 '안심법문'을 해제법문으로 대신했다. 이것이 스님의 마지막 해제법문이었다. “혜가가 스승에게 어떻게 해야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는지를 물었다. 달마대사는 '너의 마음을 가지고 오너라. 그러면 너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겠다'고 했다. 혜가는 달마에게 '마음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에 달마대사는 '내가 너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노라'라고 하였다.”

오석기기자 sgto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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