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마음의 창]춤꾼을 사랑하는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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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군종합사회복지관장·홍천 전원교회 목사

누구에게나 작든 크든 문제가 있게 마련이지만, 연이어서 다가오는 문제 앞에서는 '이제 그만!' 하고 소리를 지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비슷한 문제로 날마다 고민해야 할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나로서는 절대로 풀 수 없는 숙제, 더군다나 태산 같은 문제를 짊어지고도 꼭 넘어야 하는 열두 고갯길, 내 가는 길에 날마다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가난을 나는 어쩌지를 못합니다. 그러면서도 가난은 나의 좋은 벗입니다. 가난으로 인해 나는 낮아질 수 있었고, 점점 더 작아지는 내 모습을 봅니다. 가난은 나로 하여금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하고, 그분이 살아계심을 느끼게 하고, 그분이 언제나 나를 돌보고 계심을 깨닫게 하고, 나를 극진히 사랑하심을 믿게 합니다.

하나님의 도우심이 절박하던 날, 주님께서는 내게 손을 내밀어 비아 돌로로사(주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가신 길)로 인도하셨습니다. 그리고는 마치 무용수가 댄스 플로어에서 미끄러지며 춤을 추듯이, 잠잠히 주님께서는 비아 돌로로사에서 그렇게 춤을 추셨습니다. 나는 주님께 손을 맡긴 채로 이끌리면서 '우리의 가장 고귀한 행위는 응답이어야지, 주도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C.S.루이스의 말을 생각했습니다. 2,000년 전 그날도 주님께서는 오늘처럼 춤을 추신 것이겠지. 하나님께 당신의 손을 맡긴 채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대로….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을 뵈온 그날, 학이 날아오르기 위해 날갯죽지를 추켜세우듯이 나는 내 어깨 죽지를 세우고 일어나서 학춤을 추었습니다. 척박한 환경에서 오랜 세월 부대끼다 보니 다분히 부정적인 시각이 고정되는 것 같아 항상 기뻐하며 살고파서 하루에도 몇 번씩 멀리 하늘을 바라보는데, 하늘보좌에 이르러서야 끝이 날 것 같은 넓디넓은 우주가 하늘색깔로 쏟아져 내려오는 날, 나는 행복한 산 사나이가 됩니다. 그런 날엔 나도 슬픈 노래를 곱게 부를 수가 있게 됩니다. 마치 소쩍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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