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을 키워 지역 발전의 동력으로 삼고 대학은 지역을 토대로 성장한다.”
병마용갱으로 유명한 산시성 시안에 3조9,600억원을 투자해 건설 중인 첨단기술의 메카, 커지촨신강(科技創新港)의 모토다. 실리콘밸리의 스탠퍼드대학, 피츠버그시의 카네기멜론대학, 오데세시의 남부덴마크대학처럼 성장하는 도시의 배후에는 이를 견인하는 대학이 있다.
대학은 인재 양성의 요람이고, 지식 창출의 허브(Hub)다. 지역은 혁신을 위해 대학의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 연구개발 등 혁신 역량이 대학에 집중된 도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학령인구 감소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대학은 지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대학과 지역의 상생 발전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로부터 출발한다. 일본 동북지방 이와테현에 위치한 이와테대학은 교원 1인당 산학공동연구 과제 수와 연구비 등이 일본 최고 수준이다. 산학협력의 여건이 열악한 일본의 강원도에 해당하는 지역이 어떻게 이렇게 탁월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이와테 네트워크 시스템(Iwate Network System·INS)이다.
INS는 이와테대학에 소속된 몇 명의 교수와 지자체 관계자가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의기투합해 만든 연구회를 모태로 한다. 1987년의 일이다.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는 회원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연구회를 구성했다. 첫 연구회가 만들어진 이후 20여년이 흐른 2005년을 기점으로 36개 연구회에서 1,600명의 회원이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다.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데 예산의 규모보다 자발성과 지속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대학과 지역의 협력 방법도 중요하다. 최근 일상생활의 실험실이란 뜻의 리빙랩(Living Lab)이 지역 혁신의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리빙랩에서는 대학, 기업, 지자체, 시민 등 다양한 사회 주체가 문제 해결에 직접 참여한다. 2006년 EU 의장국인 핀란드를 주축으로 19개 유럽도시가 참여하는 유럽 리빙랩 네트워크가 설립되고, 이후 전 세계로 확산됐다. 의료, 보건, 교육, 스마트홈, 스마트시티 등의 분야에서 성공적인 리빙랩의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대학은 지역 혁신의 주체로서 그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했다. 이제는 지역과 대학의 상생 발전 모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지역과 대학의 상생 발전을 통해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대학은 차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잘할 수 있는 부분을 특성화하고, 역할을 분담하고, 대학 간에 연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2012년부터 시작된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LINC사업)은 '지역과 대학의 공생 발전'을 비전으로 사업을 설계했고, 지난 7년간 약 1조5,000억원의 예산을 전국 50여개 대학에 투입했다. 지역 혁신에 대한 대학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효과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됐다.
정부는 획일적인 대학 평가를 지양하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차별화된 역할을 갖는 대학을 보완적으로 연계하는 '강원도형 지역 혁신 시스템'을 구축해 대학과 지역의 상생 발전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 내기를 희망한다.
외부 기고는 본보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