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 리더십으로 본 산불 피해 대책
이재민 아픔 외면 않으려는 의지 엿보여
1년 5개월째 미해결 포항사태 재연 안 돼
지난 4, 5일 고성과 속초, 강릉을 집어삼킨 사상 최악의 산불이 발생하자 소방당국은 산불 발생 2시간여 만에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 지원을 요청했다. 정부의 대응체계도 긴박하게 움직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산불 현장을 찾아 주민을 만났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고성, 속초 일대에서 산불이 발생한 이후 지난 주말인 13일까지 세차례나 현장을 방문했다. 정부는 산불 발생 다음 날 피해지역인 고성과 속초, 강릉, 동해, 인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재난을 당한 국민이 정부에 바라는 마음을 읽었던 걸까. 피해를 줄일 수는 없었지만 이재민의 고통과 아픔만은 결코 외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던 조치였다.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이 돋보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총리 메모에 '끝까지 책임' 담겨야
“총리님 보니까 반갑고 마음의 위로가 됩니다. 그런데 이 안도와 위로, 고마움이 증오와 원망으로 변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주말 농민 대표 김철수씨가 이 총리를 만나 “포항 지진으로 아직도 천막 사는 분들이 있는데…”라고 하면서 한 말이다. 2017년 11월15일 사상 최악의 지진이 발생했던 포항에서는 1년5개월째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그곳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피해 보상을 둘러싼 포항시와 피해 주민 간 소송이 벌어지고 있다. 지진 피해 주민들은 포항시가 몇 차례나 대피소를 폐쇄하려다 대통령의 유지 요청에 마지못해 놔두더니 원인이 인재(人災)로 밝혀지자 시간을 끌며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의 약속은 잊혀지고 아픔과 고통의 후유증만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를 지켜보고 있는 산불 피해 주민 역시 행여 정부가 후속 처리를 소홀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시경(詩經)에 '미불유초 선극유종(靡不有初 鮮克有終)'이라는 말이 있다. '처음 시작한 것을 끝까지 이루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그만큼 모든 일에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어렵다는 뜻이다. 하물며 재난 대책은 더욱 그렇다. 도내에서 발생했던 수많은 대형 산불 피해 주민들에 대한 사후 처리도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기 일쑤였다. 당나라의 재상 위징이 당태종에게 “입으로는 백성을 근심하는 말을 끊임없이 하면서 자신을 즐겁게 하는 일에 실로 여념이 없다”고 한 직언은 정부나 지자체가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이다. 옛말에 “무엇이든지 알기는 어렵지 않으나 실천하기가 어렵고, 실천하기는 어렵지 않으나 끝내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번 피해 대책만은 흐지부지되지 않기를 바란다.
최근 이 총리의 강원도 산불 대책 관련 깨알 메모가 적힌 수첩 전체가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정운현 총리 비서실장이 공개한 이 총리의 수첩에는 '해야 할 일'에 대해 번호가 붙은 메모가 적혀 있다. 첫 번째는 '잔불정리·뒷불-감시-현지', 두 번째는 '이재민 돕기 식사·숙박·의복·의료·학생 공부·농업 등 시급한 생업' 등의 내용이다. 이 총리의 메모 내용은 그가 만난 산불 피해 주민의 호소이기도 했다. 또 '국민께서 이웃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는 착한 심성. 기부금품을 가장 알차게 쓰도록 미리 준비'라고 적으며 국민의 온정 사용처에 대해 수첩 1쪽을 빼곡히 채웠다. 이제 이 총리의 수첩에 더하고 싶은 말이 있다. 끝까지 책임감을 갖고 살펴달라는 이재민의 목소리다. 끝이 좋아야 모든 것이 다 좋다.
마지막이 좋아야 모든 것이 좋다
1423년 심각한 봄 가뭄으로 강원도 등지에 대규모 이재민이 속출했다. 그러자 세종은 “모든 게 나의 부덕한 탓”이라며 “매일 일을 의논할 때는 진휼하는 일을 가장 먼저 아뢰라”고 지시했다. 또 모든 신료에게 시행 중인 정책의 잘잘못과 백성들의 어렵고 힘든 상황까지 빠짐없이 있는 그대로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결과 사흘 만에 조정의 모든 관리가 부처별로 모여 '가히 시행할 만한 조건'을 갖춘 60조목의 아이디어를 냈다. 재난은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600여 년 전에 세종이 발휘했던 리더십을 이번 산불 피해 현장에서 만나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