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묵호·북평성당 등록문화재 자격 충분하다

최장순 강원대 건설융합학부 교수

우리 정부에서는 2001년부터 50년 이상 된 근대건축물 중 특별히 보존과 활용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관리가 필요한 것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보호 관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동해 묵호성당과 북평성당은 1950년대에 건립됐기에 사람으로 치면 환갑을 넘었고, 제반 특징을 살펴보건대 등록문화재로서의 지정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묵호성당의 경우 1930년대 초 이 지역에 신앙공동체가 만들어진 이래 강릉 임당동성당의 관할 공소로 적산가옥에서부터 시작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성당의 경우 오늘날 '라 바드리시오' 신부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패트릭 레일리' 신부가 6·25전쟁 중 북한군에 의해 성당이 점거돼 순교한 순교자성당으로 초대 춘천교구장 '구 토마스(具仁蘭)' 주교가 보낸 도면으로 1957년 6월 성당을 완공해 오늘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 성당은 중세 가톨릭성당의 영향을 받아 높은 언덕에 자리해 바라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앙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배치했다. 또한 배면으로 진입게 함으로써 당시 묵호포구에서 바라볼 때 종탑의 위상을 강조할 수 있도록 정면이 언덕으로 향하게 했다. 이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도로의 경사가 낮은 배면으로 휘감아 돌아 전면으로 진입하게 만듦으로써 시각적 다양성을 극대화한 성당이라고 할 수 있다.

동해 북평성당의 경우 초대 주임신부인 '구(具) 코닐리오'에 의해 1959년 성당과 사제관을 신축하고 이듬해 2월 완공, 축성식을 거행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성당의 가장 큰 특징은 유일하게 평지에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이것은 사람 속으로 가까이 다가가 수월하게 전교하고자 하는 의도와 당시 주변 건물이 1층이나 2층의 낮은 건물이었기에 평지에 자리잡아도 높은 종탑으로 인해 랜드마크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었기에 평지에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이들 두 성당의 외관은 삼랑식처럼 보이나 내부공간 구성에서는 신랑과 측랑의 구분이 없는 하나의 공간으로 통합했다는 점을 비롯해 여러 특징을 갖고 있다.

따라서 1950년대에 건립됐음에도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묵호성당과 북평성당은 그 자체가 갖고 있는 다양한 특징으로 등록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충분하기에 일부 변형된 부분은 복원·보수토록 한 후 등록문화재로 추진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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