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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스토리]“조용필 집에서 1년 넘게 숙식…연예계 그늘서 악착같이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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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주말드라마 OST 부르며 다시 무대에…`트로트계 싸이' 횡성 출신 가수 허민영

◇'주름살', '버티고', '다 퍼주는 남자' 등의 음반을 발매한 횡성 출신 가수 허민영이 2년6개월만에 중독성 강한 후렴을 가진 '만고땡'을 가지고 돌아왔다. 이런저런 이유로 쉬었다가 제대로 활동을 하게 돼 만감이 교차한다는 그는 인터뷰 말미에 강원도민의 응원이 절실하다는 말을 꼭 써주셔야 한다고 세 번 강조했다. ◇싸이를 닮은 몸매 때문에 '트로트계의 싸이'로 불리는 가수 허민영이 22일 횡성문화원에서 열린 '횡성어르신 노래자랑'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위쪽부터)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유명 연예인들의 매니저 출신으로 '트로트계의 싸이'로 불리는 횡성 출신 가수 허민영(39)이 2년6개월 만에 돌아왔다. 싸이를 닮은 몸매(?) 때문에 별명이 붙었고 그 별명 때문이라도 제대로 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최근 화제작인 KBS-2TV 주말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에서 중독성 넘치는 OST '만고땡'을 부른 그는 지난달 새신랑이 돼서인지 어느 때보다 어깨가 무겁다. 횡성초교에 다니던 시절, 초등학생 노래자랑에서 대상을 받을 때부터 가수의 꿈을 꿨다는 그는 하루 23시간57분 우울했다가도 3분 노래하면 그게 가장 행복하다는 천생 가수다.

지금도 노래를 안 할 때보다 할 때가 제일 편하다며 그래서 인터뷰가 살짝 불편하다는 그와 인터뷰를 했다.

횡성초교 시절 노래자랑 대상…병지방 계곡서 득음해보려 연습

가수 되려고 매니저 일부터 시작, 바다·류승수·최지우 등 전담

중독성 넘치는 '만고땡'으로 재기 노려…기회되면 정식 연기도

하루 23시간57분 우울했다가도 3분 노래하면 그게 가장 행복

■어린 시절 얘기가 궁금하다

“고향 횡성에 병지방 계곡이라고 있는데 혼자 거기 자주 갔다. 사실 어렸을 때 가수가 되기 위한 정식 교육을 받지는 않았는데 나름대로 득음한다고 반바지 입고 찬물로 목욕하면서 노래 연습을 했다. 횡성중·고 시절에는 친구들과 원주에 자주 갔다. 1주일에 두 번은 꼭 원주에 있는 시설 좋은 노래방에 가 노래 연습을 하면서 노래 실력을 키웠다.”

■가수보다 매니저 일을 먼저 시작했다고 들었다

“상지영서대를 다녔는데 학과 교수님이 조용필 선생님과 친분이 있었다. 개인경호원 면접이 있다고 알려주셔서 면접을 봤는데 덜컥 붙어 버렸다. 그렇게 2002년부터 1년 넘게 조용필 선생님 집에서 먹고 자면서 하루 종일 옆에 있었다. 그러다 매니저 일을 배우게 됐고 2003년부터 가수 바다씨의 정식 매니저가 됐다. 이후 2009년까지 류승수, 주진모, 최지우, 유선씨 매니저 일을 했다.”

■어떻게 가수가 됐나

“사실 꿈은 가수였지만 가지고 있는 밑바탕이 없지 않나. 매니저 일을 하면서 어떻게 하든 연예계 그늘 안에 있으려고 노력했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다가 회사 전체 회식 자리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최준영 작곡가가 바로 전속 계약을 제안했다. 난다 긴다 하는 가수들을 키웠던 분이 나를 선택한 것이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노래 부를 때 표정이 농익어서 오랜 기간 트레이닝이 필요 없어 보였다고 하더라. 그렇게 2009년 12월 디지털 싱글 앨범 '주름살'이 나왔다.”

이후 가수 생활은 순탄했나

“1집이 나오고 한 달도 되지 않아 회사가 상장폐지돼 계약이 묶이면서 2013년까지 일을 거의 못 했다. 이후 다시 회사에 들어갔고 SBS 예능프로그램 스타킹 '키워주세요 왕중왕전'에도 출연해 슈가보이라는 별명도 얻었지만 회사가 또 다른 곳으로 넘어가면서 일이 제대로 안 풀렸다. 2016년 한 번 더 제안이 와서 소속사와 계약을 했는데 6개월 후 또다시 결렬이 되면서 트라우마가 생길 지경이었다. 회사 문제를 3번 겪으니까 이제는 혼자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기에 대한 생각도 있었을 것 같다

“다른 일을 같이하자는 제안도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렇게 다른 일을 시작하면 다시 이 길을 걸을 수 없을 것 같아 버텼다. 가수 생활 9년을 한 노하우를 가지고 이제는 스스로 해 보려고 한다. 이번에 나온 '만고땡'도 가수 김종국, 이승기, 다비치 등의 곡을 쓴 안영민 작곡가에게 곡을 달라고 졸라서 2년 만에 받은 거다. 이 곡이 없었으면 나는 다시 활동을 시작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떻게 불리기를 바라나

“나훈아 선배님이 트로트라는 말 대신 전통가요 가수, 대중가요 가수라는 말을 쓰자고 했었다. 나도 그 말에 동의해 이제 트로트 가수보다 대중가수로 불리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흔히 트로트라고 부르는 대중가요에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많이 담겨 있지 않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노래들이다. 이제 노래를 하면 다 함께 나이 들어 가면서 같은 마음을 가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롤모델이 있다면

“롤모델은 조용필 선생님으로 삼고 있다. 내가 옆에서 매일 봤지 않나. 연세가 많음에도 노래 연습을 안 한 날이 없을 만큼 자기관리를 열심히 하신다. 더불어 무대에서의 모습을 보면 관객들과 하나하나 아이컨택을 하면서 노래를 부른다. 그만한 대중가수가 또 나올까 싶다. 평생 롤 모델로 삼으려 한다. 그리고 죽기 한달 전까지 관객들 앞에서 같이 호흡하고 느끼는, 금방 사라지지 않는 가수가 되고 싶다.”

■배우 활동도 했다고 들었다

“이제까지 영화 '식객:김치전쟁'을 비롯해 KBS 드라마 '적도의 남자·드림하이2·울랄라부부', tv-N 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 등에도 출연했다. 남들에게 피해주지 않는 이상 캐릭터가 잘 맞으면 해왔는데 기회가 되면 정식으로 해보고 싶기도 하다. 사실 노래하는 사람도 무대에서 연기하는 것과 같지 않나. 가사를 기계처럼 읽는 가수들은 없다. 연기를 브라운관에서 보여주느냐 아니면 라이브로 관객들에게 보여주느냐 그 차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22일 고향 횡성에서 열리는 '어르신 노래자랑' 공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하려 한다. 일단은 노래에 집중할 예정이지만 환경이 되면 라디오, 예능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면서 인지도를 높이고 싶다. '트로트계의 싸이'라고 불리지만 아직은 무명이라서 길거리도 혼자 잘 다닌다. 지나가는 초등학생들까지 알아볼 정도는 돼야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지도가 있어야 노래할 수 있는 터전, 무대가 생기지 않겠나.”

■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3년만에 다시 기회를 얻어 활동하고 있다. 그간 많이 힘들었다. 도민들의 힘이 필요하다. 다른 스케줄이 있어도 강원도 출신으로서 도내 스케줄을 더 우선하겠다. 도민들에게 더 많은 모습 보여줄 수 있도록 계기를 많이 마련해 달라. 좋은 기회들은 모두 다 달라. 다 가겠다. 저를 많이 찾아주셔야 힘을 낼 수 있다. 가족의 마음으로 꼭 부탁드린다. 그리고 아직은 저를 잘 모르시겠지만 무대 퍼포먼스를 보시고 팬이 되실지 안 되실지 결정해 달라.”

이현정기자 together@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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