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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예비경찰서장이…'

2011년 5월14일 프랑스 사회당의 차기 유력 대선 주자로 꼽혀 온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미국 뉴욕 존에프케네디국제공항에서 체포됐다. 뉴욕 소피텔 호텔에서 청소부인 나피사토 디알로를 감금하고 성폭행한 혐의였다. 칸 총재는 2008년에도 IMF의 부하 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을 사 IMF의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이 사건은 프랑스가 왜곡된 성문화, 뿌리 깊은 성불평등의 국가라는 이미지까지 낳았다. ▼성평등 선진국으로 알려진 덴마크가 정작 성폭행 범죄 대응에는 부실하다는 보고서가 올 초 발표됐다. 국제인권단체 엠네스티는 '우리에게 존중과 정의를 달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성폭행에 대한 미비한 법제도, 피해자에게 책임 돌리기, 성폭행에 대한 구시대적인 정의 등이 성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덴마크 정부 공식 집계에 따르면 성범죄 피해 여성 수는 연간 5,100여명 수준이다. 하지만 2017년의 경우 신고는 불과 890건, 기소는 535건, 유죄 선고는 94건뿐이었다. 엠네스티는 “덴마크가 '동의 없는 성관계'를 성폭행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강제성이나 신체적 폭력 개입 여부, 피해자가 저항할 수 없었는지에 관한 정황 등을 중심으로 성폭행을 정의하고 있다”면서 사법제도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경찰대학에 개설되는 치안정책과정은 '총경 및 승진 후보자, 일반부처 서기관, 군 대령, 공공기관 1급 이상' 등이 듣는 24주 기간의 교육이다. 지난 3일 '성평등 교육' 과정에서 총경 승진자 57명과 일반부처 4급(서기관) 간부·공공기관 임직원 14명 등 총 71명의 불성실한 수강 태도가 도마에 올랐다. 이들은 '피곤한데 귀찮게 토론시키지 말고 강의하고 일찍 끝내라' '커피나 마셔 볼까'라며 자리를 비웠다고 한다. 지도층의 그릇된 성의식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성범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각성이 필요하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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