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원포럼]문화도시를 꿈꾸는 이유

권순석 문체부 문화도시 컨설턴트, 문화컨설팅 바라 대표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전국 10개의 도시를 문화도시로 예비 선정했다.

문화도시는 지역문화진흥법에 근거한 법정도시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바탕으로 향후 5년간 꾸려 갈 문화도시 조성계획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하면 평가와 컨설팅 그리고 심의를 거쳐 예비도시로 지정하고 이후 1년간 예비사업 수행 후 최종 심의를 통과하면 200억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아 본격적으로 문화도시를 만들어 가게 된다.

강원도의 경우에는 원주시가 '시민이 만들어 가는 창의문화도시 원주'라는 비전으로 문화도시에 예비 지정됐고 춘천과 강릉도 올해 예비 지정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삶 속에서 행복을 꿈꾸며 오늘을 살아간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라는 당연명제를 현실화하는 일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마다 행복의 가치 기준이 다르고 삶의 방식이 다르다 보니 각자가 꿈꾸는 행복의 가치 척도 역시 제각각임은 어찌 보면 당연하겠다. 도시가(시민이) 행복해진다는 것은 이런 시민들의 꿈이 이뤄지는 여건과 환경을 갖춘다는 의미가 아닐까? 문화도시는 어쩌면 법정 지정된다는 결과로서의 의미보다는 개인의 삶이 행복해질 수 있는 토대를 함께 만들어 가는 도시로서의 가치가 크다. 인간의 삶의 총체가 문화이고 보면 어느 것 하나 문화도시를 고민하는데 해당되지 않는 것이 없다.

바쁘고 빠듯하기만 한 일상을 벗어나 일과 삶의 균형을 갖추고 자신을 위한 시간에 투자가 가능하며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삶이야말로 문화도시의 핵심 가치가 아닐까. 지금의 단조로운(혹은 너무나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행복을 추구하는 전환적 삶을 가능하게 하는 도시야말로 문화도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삶의 전환을 이뤄내기 위해 전제돼야 할 것은 가치의 전환이다.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가에 대한 기준이 바뀌어야 진정한 삶의 전환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문화도시의 지향점과 구체적 내용을 유추할 수 있다.

커다란 부의 축적만이 삶의 목표가 아니라 누구나 일할 수 있는(먹고 살 만한) 일자리가 있고 그 일은 자신의 취미와 능력에 맞춰 있으며, 노동의 강도는 삶을 피폐하게 만들 수준이 아닌 적정한 정도이고, 가족과 함께 집을 나서면 쾌적한 환경과 자연이 있으며 마을을 돌아보면 어디든 유물이 있고 놀이가 되는 도시.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에 비례해 배움과 학습이 제공되고, 함께 나누며 서로 보듬는 질서가 자리 잡고 있는 그런 마을과 이를 즐기는 시민이 행복한 도시가 문화도시의 실체다.

문화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사업 중심의 접근보다 다소 추상적일지라도 어떠한 문화도시를 함께 만들 것인가에 관한 지향점에 대한 공유와 도시 미래상과 장기적 도시발전 전략으로서의 문화도시를 지향해야 하며 도시를 구성하고 살아온 시민들의 관점에서 역사적 맥락과 생태계 중심의 관계성을 기저에 두고 과제를 도출하고 운영해 가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러한 광의의 문화도시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뿐 아니라 경제, 복지, 교통, 환경, 도시계획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체계 또한 중요하다.

춘천과 강릉 두 도시 모두 경쟁에 나서기보다는 문화적인 도시를 꿈꾸고 한 걸음 나아가길 응원하며 과정으로서의 삶의 전환 실험이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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