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고]AI와 대결에서 패한 이세돌에게서 배울 점

곽영승 전 언론인 행정학 박사

4차산업혁명 대비

주입식 교육 개혁

창의적 사고 필요

천재 이세돌 기사가 한국 인공지능 바둑기사 '한돌'과 은퇴 대국에서도 졌다. 세계 최고의 기사가 미국의 인공지능 '알파고'에 지면서 전 세계가 충격을 받았는데 은퇴 경기에서도 인공지능이 이겼다. 수가 천변만화하는 심리게임 바둑에서조차 인간은 컴퓨터에 이길 수가 없다.

우리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완전히 뒤바꿀 4차 산업혁명의 거대 쓰나미가 몰아치고 있으나 정책을 결정해야 할 정치권 그 누구도 한마디 언급조차 없다. 밥그릇싸움에는 불꽃이 튀면서.

4차 산업혁명의 준비는 교육에서 시작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 교육은 여전히 주입식이 대세여서 창의력, 상상력, 협동심, 배려 등이 중시되는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인재상과 거리가 한참 멀다. 미국, 유럽, 일본, 싱가포르는 물론 인구 130만명의 소국 에스토니아까지 4차 산업혁명의 폭풍우에 대비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칼 베네딕트 프레이 교수 연구진은 20년 안에 현재 직업의 47%가 사라진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702개의 직업을 분석했는데 그중에서 상담사, 기자, 운전사, 요리사, 약사, 변호사, 펀드매니저, 스포츠심판 등이 가장 먼저 사라진다고 봤다. 정량화, 계량화, 단순적용 같은 직업에서는 사람보다 인공지능이 더 잘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컴퓨터제국 IBM이 개발한 왓슨(Watson)이라는 인공지능 의사는 세계 최고의 의사들이 포기한 암 환자를 완치시켰다. 왓슨은 수많은 의학학술지, 의학교과서, 의료논문은 물론 환자들의 임상치료 결과 등 빅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있다. 인간 의사들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

암기력으로 줄을 세우는 현 교육은 오히려 생존에 독이 될 수 있다. 그렇게 길들여진 두뇌는 창의력, 상상력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지식은 한계가 있으나 상상은 무한하다. 인간지능이 인공지능을 이길 수 있는 분야는 상상력, 친화력뿐이다. 인공지능은 아직 상상까지는 못한다. 그러나 그것도 한시적일 수 있다. 암기식교육은 상상력을 죽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찌해야 하는가? 현재의 주입식 교육시스템을 총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지식과 정보는 이미 차고 넘친다.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언제든 내 것이 된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보이해능력, 정보를 조합해서 세상에 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 비판적 사고력, 의사소통, 창의성이다.

변화에 대처하고 새로운 것을 학습하며 낯선 상황에서 정신적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그동안의 교육은 이성, 계산, 현실을 중시하는 좌뇌형 교육이었으나 앞으로는 상상, 공감, 배려, 동정심을 중시하는 우뇌형이 돼야 한다.

미국 의대생들은 공감능력을 배우고 있으며, 일본은 창의성, 예술성을 강조하면서 인성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GM은 자동차산업을 예술산업이라고 재규정했다. 기업체는 경영학석사가 아니라 미술석사를 찾으러 디자인스쿨 아트아카데미를 방문한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그래픽디자이너는 10배, 전업작가는 30%, 작곡가는 50%가 늘었다(다니엘 핑크, 새로운 미래가 온다).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 대비가 너무 늦었다. 엄청난 실책이다. 지방교육청 두 곳에서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국제바칼로레아) 교육과정 도입을 위해 MOU를 체결한 것이 전부다. 밥그릇싸움 그만하고 대한민국의 운명을 놓고 갑론을박하기를 바란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