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특별기고]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사랑하자

김운회 천주교 춘천교구장

'갈등'이라는 말의 근원을 찾아보면 '칡'을 의미하는 '갈'(葛)과 '등나무'를 뜻하는 '등'(藤)이라는 말이 합쳐져 이뤄졌다고 합니다. '칡'과 '등나무'는 줄기가 서로 얽혀 자라는 특성 때문인데, 칡의 줄기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감아 올라가고, 반대로 등나무 줄기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감아 올라가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즉,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고설킨 채 있는 모습과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 바로 '갈등'입니다.

사실 지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돌아보면 갈수록 이런 갈등이 심화되고 있음을 엿보게 됩니다. 이러한 갈등의 본질에는 서로의 '다름'에 대한 편견과 몰이해가 바탕에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다름'에 대해 '어떻게 저럴 수 있지?' 하고 생각하며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틀림'이라 여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또 나와 가치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쉽게 편을 나누고 서로를 적대시하는 모습을 일상 속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다르다'라는 말은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아니하다'라는 뜻입니다. 흔히 우리가 일상에서 '다르다'라는 말과 혼동해 쓰는 '틀리다'는 말은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나다'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다르다'의 반대말은 '같다'이고, '틀리다'의 반대말은 '맞다'가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해 나와 '같지 않다'라고 생각하기보다는 '틀리다'라고 인식함으로써 옳고 그름의 차원으로 넘어가 그들을 '옳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여기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다름'은 서로 간의 '차이'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무언가의 '고유함'을 드러내는 표지이기도 합니다. 각자가 고유함을 지니고 있기에 그 모습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입니다. 고유한 누군가의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 내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또 다른 삶의 모습일 수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지녀야 할 태도는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모습'일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 적대시하고 편을 가르는 '죽음의 문화'를 극복하고, 서로 살리며 사랑으로 함께하는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서로를 향한 비난보다는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 원망보다는 고마움을 더 찾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상대가 지닌 그 '다름'이 사실 지난 시간, 나의 부족함을 채우는 잃어버린 '한 조각'이 돼 줬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 각자가 살아가는 공동체 안에서 서로의 '다름'을 차이가 아닌 고유함으로 받아들이며 함께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서로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며, 각자가 지닌 고유함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결국 우리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가장 중요한 모습이 될 것입니다. 부정적인 생각들과 쉽게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모습 속에 우리 스스로가 먼저 자신을 어둠 속에 내버려 둬서는 안 됩니다. 매일의 삶 속에서 사랑을 선택하면서 우리 삶에 빛의 모습이 더 커지도록 해야 합니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습니다. 새로운 한 해의 아침을 맞으며 우리 마음의 빛도 서로를 향한 이해와 배려, 사랑으로 빛나면 좋겠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어둠을 비추는 빛이 되면 좋겠습니다. 새해에는 서로 밝고 맑은 미소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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