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한국인 특유의 위기극복 DNA 지금부터 살려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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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지역 집단 감염에 국민 공포 일상화

공동체 안전보다 자신의 이익 앞세워선 곤란

막연한 공포 떨쳐 버리고 국민 하나가 돼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대한민국에서 코로나 안전지대는 이제 사라졌다. 지역 집단 감염이 현실화되면서 국민 공포는 일상이 됐다. 그동안 청정이라던 강원도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 6명이 잇따라 발생했다. 확진자 상당수가 버스터미널, 피자집,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PC방 등과 같은 다중시설을 이용했던 것으로 확인돼 이들을 통한 직간접 접촉자들의 추가 확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취한 지금까지의 조치는 국민을 안심시키지 못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는 한국 경계령이 발동되고 있다. 미국과 대만이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2단계로 격상했고, 바레인과 영국 등 13개국이 한국발 입국을 제한하거나 입국 절차를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한국인 입국을 막은 데 이어 한국에서 오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외신이 전했다. 이러다가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왕따 처지로 전락하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코로나19 확산의 고리를 끊고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이 수렁에서 벗어나는 데 국민 모두가 힘을 모으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가 닥친 것이다.

보건·방역의 최일선을 맡고 있는 의료기관부터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한 몸이 돼야 한다. 공동체의 안전보다 자신의 이익만 앞세워서는 곤란하다. 무엇보다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좋은 해외 사례가 있다. 싱가포르는 2003년 3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직격탄을 맞았다. 당시 고촉통 싱가포르 총리는 대(對)국민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그는 편지에서 “국민 각자가 정부가 만든 모든 규칙과 지침을 지켜야만 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정부 방침을 따르지 않은 구체적 사례들을 일일이 나열했다. 총리가 공개적으로 국민을 꾸짖었던 것이다. 고 총리는 “자택 격리 조치를 받은 사람이 보건 당국의 전화에 응답하지 않으면 경비 요원이 즉각 달려가 전자팔찌를 채우겠다”고도 했다.

이런 정부의 강력한 조치와 국민의 협력으로 싱가포르는 두 달여 만에 사스 공포에서 벗어났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치사율은 사스보다는 훨씬 낮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희생자가 나타나고 있지만 코로나19에 대해 막연하게 너무 큰 두려움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하고 있다. 코로나19는 국가적 대응이 필요한 감염병이지만 공포를 떨쳐 버리고 극복해 나가야 한다. 오히려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도 갖지 못한 위기 극복의 DNA를 피와 뼛속에 새기고 있다. 전란(戰亂)을 거치며 폐허 속에서 괄목할 만한 근대화·산업화를 일궈냈고, 외환위기 때는 대다수 국민이 금 모으기로 민력(民力)을 합쳤던 역사가 바로 그 증거다. 온 국민이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다시 한번 위기 극복의 DNA를 살려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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