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원격의회'

각국 의회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대면회의 중심인 업무방식에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감염병 확산이라는 국가 위기상황에서 행정부의 신속한 정책 결정을 감독하고 입법적으로 뒷받침해야 하는 의회의 책임은 더욱 막중하기 때문에 의회를 민간영역처럼 셧다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원격의회의 도입에서 가장 선도적인 사례는 의회제도의 모국인 영국 하원이다. 영국 하원은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의사업무에 출석참여와 원격참여를 모두 인정하는 병행의사절차(Hybrid proceedings)를 채택하고 원격표결을 도입했다. ▼미국 하원의 경우에도 역사상 처음으로 원격투표를 허용하는 의사규칙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공화당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프랑스 하원과 캐나다 하원은 원내 정당 간 협의를 통해 본회의장 출석의원의 수를 제한, 긴급입법을 처리했다. ▼독일 하원도 한시적으로 의사규칙을 개정해 본회의와 위원회의 의사정족수를 완화하고, 위원회 회의에 원격참여를 허용했다(국회 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 제1715호). 우리나라 국회의 경우 제16대 국회부터 본회의 표결방식으로 전자표결이 도입됐고, 제20대 국회에서 전자청원제도가 시행되는 등 과학기술의 발전을 의사운영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국회가 영국의 사례에서 배워야 할 점은 코로나19와 같은 국가 재난상황에서도 의회가 제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공감대와 발 빠르게 그 수단을 모색하는 정치권의 합의정신이다. ▼우리의 국회는 어떤가. 여야가 서로 말을 섞으려 하지 않으니 공감과 합의정신이 제대로 작동될 리가 없다. 여당은 제1야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들과 상대하고, 제1야당은 여당이 하는 일에 사사건건 반대한다. 국회는 타협과 협상으로 공동의 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는지, 입법기관으로서 권력을 행사하는 일은 포기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질문을 해야 하는 국민만 답답한 심정이다. 정치는 왜 있고, 정치는 왜 하는가.

권혁순논설주간·hsgweon@kwnews.co.kr

가장 많이 본 뉴스

    강원의 역사展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