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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만큼 맛있다]탄가루 배출에 효과 속설…광부들 애환 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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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 붙어 있는 태백의 삼겹살

태백의 유명한 음식으로는 물닭갈비와 한우가 처음 거론된다. 여기에 삼겹살도 하나 추가하고자 한다.

언론에서 삼겹살이 처음 언급된 것은 1934년께다. 당시에는 '세겹살'로 불렸다. '삼겹살'이라는 용어는 1959년께에 나타난다.

지금은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삼겹살이지만 언제부터 삼겹살을 불판에 구워 먹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야기는 없다.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쓴 '음식전쟁 문화전쟁'에는 삼겹살이 주한 미군부대 근처 미군들의 바베큐 파티에서 기원됐다고 한다. 김태경 박사와 연승우 한국농업신문 편집국장이 공저한 '삼겹살의 시작'에는 1970년대 중반 경제 발전에 따른 육류소비 증가와 1980년대 판매되기 시작한 휴대용 가스레인지의 보급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태백지역에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 중 하나는 바로 1980년대 탄광촌 광부들이 연탄불에 구워 먹기 시작해 퍼지게 됐다는 설이 있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 먼지를 잔뜩 먹고 '목에 기름칠을 하기 위해' 삼겹살을 먹듯이 수십년 전 광부들도 탄가루로 칼칼해진 목을 삼겹살로 풀었다.

지금에야 삼겹살이 돼지고기에서 가장 비싼 부위 중 하나가 됐지만 당시만 해도 삼겹살은 가장 싼 부위 중 하나였다. 가난한 광부들에게 소주에 삼겹살은 고된 노동의 시름을 달래줄 좋은 삶의 안주였을 것이다.

태백지역의 삼겹살은 대부분 껍데기가 붙어 있는 '오겹살(미박삼겹살)'의 형태로 나온다. 이는 광부들이 탄가루가 더 잘 내려가게 하기 위해 삼겹살 기름과 더불어 껍데기에 돼지털이 3㎜가량 붙어있는 삼겹살을 연탄에 구워먹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금도 태백 일부 삼겹살집(혹은 실비집)에서는 손님이 요청하는 경우 털이 붙어 있는 삼겹살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겹살이 정말 탄가루 배출에 좋은지는 알 수 없다. 명확한 연구 결과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돼지고기는 중금속 배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1999년 한국식품개발연구원 농림축산물산업화연구본부 이남형 박사팀이 대한양돈협회와 공동으로 실험한 결과 돼지고기가 첨가된 사료를 먹은 흰쥐는 대조군에 비해 중금속 수치가 낮아졌다.

연구팀은 이어 중금속 노출 빈도가 잦은 사람 58명을 대상으로 돼지고기 100~150g을 매주 2~3회씩 6주간 섭취하게 했는데 실제 혈중 납·카드뮴 농도가 섭취 전에 비해 2~9% 줄어들었다는 결과를 얻었다. 털이 붙어 있는 삼겹살, 물을 넣어 국물을 만들어 먹는 물닭갈비, 연탄에 구워 먹는 소고기 등 태백지역의 음식에는 지금까지도 광부들의 애환이 서려 있다.

태백=전명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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