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기후변화의 시대, 물의 소중함

김종석 기상청장

먼 옛날, 인류는 강을 중심으로 문명을 발달시켰다. 강을 통해 식수, 농업수 등 생활에 필요한 요소를 공급받을 수 있는 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강을 차지하기 위해 부족 또는 국가 간 싸워야 했다. 그래서 '경쟁자'를 의미하는 라이벌(Rival)이라는 단어는 이 강(River)에서 유래됐다.

현재에도 이 물로 인해 국가 간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동남아의 젖줄이라고 불리는 '메콩강'이다. 메콩강은 티베트에서 발원해 미얀마~라오스~타이~캄보디아~베트남으로 흐르고 있는데, 지난해 평년 대비 75%에 그친 강수량뿐만 아니라 중국이 강 상류에 건설한 11개의 댐으로 유입되는 물량이 적어져 강에서의 어획량 급감은 물론 메콩강 하류의 농작물 경작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대해 중국을 제외한 5개 국가 간 협력체인 메콩강하류지역협력주도(LMI) 단체는 중국의 발전용 댐 건설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정작 중국은 댐으로 인한 메콩강 수량에 끼치는 영향이 대단히 제한적이라고 반박하고 있어 강물을 둘러싼 국가 간 갈등의 단면을 볼 수 있다.

유엔 환경계획 환경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은 극심한 물 부족을 겪고 있고, 인구 증가와 기후변화로 인해 2025년경에는 3분의 2 정도의 인구가 물 부족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지구적 물 순환의 변화를 가져와 비가 많은 지역은 더 많아지고 비가 적은 지역은 더 적어지는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을 유발함으로써 물 부족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 상황일까. 세계 최고 수준의 상수도 보급률, 수돗물을 바로 마셔도 되는 좋은 수질을 갖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또 다른 국가들처럼 강줄기가 국경을 넘어 흐르는 것이 아니기에 국가 간 물 분쟁의 여지가 없고, 독자적으로 물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지리적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물 빈곤지수(WPI)는 세계 147개국 가운데 43위로 물 사정이 나쁘지는 않은 상태다. 그러나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사료 포함)은 2017년 기준 23.4%로 식량의 7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곡물이나 육류를 생산하기 위해 많은 물을 사용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우리가 수입해서 먹는 식량은 다른 나라에서 귀한 물을 사용해 생산한 대가다.

연 강수량(1,307.7㎜)의 55.3%가 여름에 집중돼 많은 양이 바다로 흘러가고, 봄에는 일부 지역에서 물 부족을 겪는다. 우리나라 연평균 가뭄 발생일수는 2010년대에는 1970년에 비해 1.6배(52일→85일)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집중호우, 가뭄(물 부족) 등을 감시하고 예측하는 것은 국민의 생존에 관한 문제다. 물 정보를 통합적으로 분석하고 관리하는 국가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기상청에서는 가뭄 상황을 파악해 효율적으로 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주요 유역별 우량 관측에 대한 빅데이터와 기상가뭄 예측정보를 수문기상가뭄정보시스템(http://hydro.kma.go.kr)을 통해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올해 유엔은 물의 날(3월22일) 주제를 '물과 기후변화'로 선정했고, 세계기상기구(WMO)도 세계기상의 날(3월23일) 주제를 '기후와 물'로 정해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과 물의 소중함을 강조한 바 있다. 기후변화위기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대응은 물론 물 자원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물을 낭비하지 않으려는 국민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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