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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외면한 비운의 역도 영웅 그를 뒷바라지한 건 이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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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외면한 비운의 메달리스트 김병찬 이웃이 보듬어

故 김병찬 선수 대소변 받아내고

응급실 실려갔을때도 밤새 지켜

“술에 취하면 늘 태진아씨의 사모곡을 들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얼마 전 쓸쓸히 생을 마감한 비운의 역도 영웅 고(故) 김병찬 선수를 삼촌으로 부르던 이웃주민 김진수(31)씨는 이렇게 회상했다.

김 선수가 떠난 빈집을 바라보던 김진수씨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병찬이 삼촌은 돌아가신 어머니 얘기만 나와도 얼굴이 굳어졌다”며 “평소 자신의 메달 연금이 연로한 어머니의 발목을 잡아 기초연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자책했다”고 설명했다.

둘의 인연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파트 공원에서 홀로 술을 마시던 김 선수의 모습이 기이해 말을 걸었던 김씨는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는 곧바로 가족과 같은 이웃이 됐다. 이후 김 선수를 삼촌으로 부르기 시작한 김씨는 김 선수의 집 청소뿐만 아니라 대소변까지 받아내며 손과 발이 됐다. 김 선수가 숨지기 며칠 전 새벽 고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실려 갔을 때도 김씨는 밤새 곁을 지켰다.

국가로부터 외면받았던 김 선수 옆에는 그래도 따뜻한 이웃이 있었던 것이다. 김 선수는 이런 김씨에게 늘“미안하다” “고맙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절대 인생을 포기하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김씨는 김 선수의 마지막 조언을 따라 자포자기했던 지난날을 반성하고, 최근 중장비 자격증을 취득하며 새 인생을 펼치고 있다.

김 선수 얘기를 마치면서 김씨는 “함께 찍은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한 것이 평생 후회로 남을 것 같다”며 “지금도 곁에 없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내겐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이라고 했다.

정윤호기자 jyh89@kwn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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