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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라디오 시대는 다시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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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학 영월라디오스타박물관 자문

지난해 5월 봄 개편을 앞두고 MBC 라디오의 대표적 장수 프로그램인 '싱글벙글 쇼'에서 30년 이상 진행을 담당한 강석과 김혜영이 마이크를 놓았다. 강석은 2013년 영월군 홍보대사를 맡은 인연이 있고 김혜영은 양구 출신이어서 그런지 애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사실 라디오는 오랜 세월동안 우리와 함께 호흡하며 웃고 울면서 일상의 한 축을 담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1912년 4월14일 밤 타이타닉호가 빙산과 충돌하자 즉시 무선을 통해 조난을 알리고 구조를 요청한 소식이 신속히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무선통신의 위력을 실감했다.

이후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발발로 무선통신 영역이 성장산업으로 부상하면서 라디오방송 시스템이 도입돼 1920년 세계 최초로 미국에서 정규방송 KDKA가 개국되고, 우리나라에서도 1927년 경성방송국(JODK)이 등장해 본격적인 라디오 시대를 알렸다.

1954년 기독교 방송을 선두로 민간 방송이 개국돼 바야흐로 대중매체로서 라디오의 황금기를 맞이하게 됐다. 이에 따라 라디오 보급 대수도 1975년에 무려 1,350만대를 넘어서며 인구 대비 세대당 한 대 이상을 보유하게 됐다. 1955년부터 1960년대 말까지 정부의 농어촌 라디오 보급 활동과 대중의 문화 향유 욕구에 힘입어 라디오 전성시대를 열었지만 텔레비전 시대가 도래하면서 라디오의 위기가 찾아왔다.

그러나 라디오는 청취자들의 일상의 변화 및 마이카 시대에 대비해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 차별화된 전략 시간대 편성 등 다양하게 대응하며 오늘날까지 분투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라디오 청취자 69.7%가 차량 이용자라고 한다. 따라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차량 청취자 관리 및 방송 시장 틈새를 찾아 새로운 고객 발굴에 지혜를 모은다면 인터넷, DMB, IPTV 등 뉴미디어 영상 매체들과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디지털 시대를 맞이해 세상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을지라도 라디오는 비주얼에 지친 사람들이 다시 돌아올 공간이며 포근한 마음속 고향이다. 그렇기 때문에 라디오 시대는 저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가며 새롭게 떠오를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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