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떠남과 삶' 이별을 대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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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부부 김미월·박형서 작가 신작 발간

소설가 부부인 김미월(강릉)·박형서(춘천) 작가가 나란히 신작을 펴냈다.

김 작가는 춘천에서 겪은 일을 바탕으로 소설 ‘일주일의 세계'를, 박 작가는 등단 이래 첫 산문집 ‘뺨에 묻은 보석'을 발간해 오랜만에 독자와 만났다. 른 형식의 작품이지만 독자들이 읽으며 함께 고민하고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글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각각 우리가 누군가에게 큰 잘못을 저질러 놓고도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또는 소중한 무언가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일주일의 세계=황당한 사건으로 시작된다. 박물관 탐방 프로그램 강사 정은소는 월요일 출근길, 횡단보도에서 목도리로 얼굴을 가린 이에게 뒤통수를 맞는다. 그가 누구인지 의구심은 풀리지 않고, 애인에게 이를 털어놓지만 더 심한 두통과 악몽에 시달릴 뿐이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그는 과거 우정이라고 믿었던 감정이 연민으로 비롯된 이기심이었음을 회상한다. 그리고 사랑이라고 믿었던 감정이 그저 안쓰러움에서 시작한 관성이었음을 깨닫는다.

김미월 소설가가 지난해 현대문학 9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것이다. 저자는 실제 스무 살 춘천 팔호광장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얻어맞은 적이 있다고 했다.

저자는 “그가 누구인가, 혹시 나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걸까, 착각이 아니었다면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고민했다. 소설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쓰였다. 과정일 뿐 결과는 아니어서 아마 나는 앞으로도 종종 그 횡단보도에 불려 갈 것이다. 그렇게 그 자리를 서성이다 보면 언젠가 그럴듯한 답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현대문학 刊. 140쪽. 1만3,000원.

■뺨에 묻은 보석=떠남과 삶을 통찰해 내는 작품이다. 박형서 작가는 사람들이 지금 당장 나와 가장 가깝고 소중한 누군가(무언가)를 무심코 외면한 채 어디론가 떠나며 삶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대상이 사라지고 나면, 빈자리를 더듬고 살피게 마련이고 떠난 자리엔 딱지처럼 후회가 내려앉는다.

저자는 어린 시절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받았던 외할머니의 죽음, 100원을 주고 샀던 병아리의 죽음, 태국에서 만난 흰 아기 고양이 라노의 죽음을 통해 삶에 진한 흔적을 남기고 사라지는 존재들을 기억한다. 그의 추억은 독자들의 한 시절을 소환하기도 하고 코끝을 시큰하게도 한다. 그는 그렇게 떠남을 이야기하며 결국 삶에 대해 말한다. 우리는 돌아갈 수 없는 비정한 순간에 둘러싸여 살아가지만 그 또한 삶의 일부라는 것이다.

저자는 “아무튼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생명과 가까이 지내는 법을, 보살피는 방식을, 그리고 마침내 이별하는 자세를 배워야 하는 것이다. 세상은, 삶은, 저 무수한 부침과 굴곡은 조만간 사라져 갈 체온을 닮았다”고 했다. 마음산책 刊. 212쪽. 1만4,000원.

이현정기자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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