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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고령 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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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연세가 지긋하면 조심스럽게 운전해 마음이 편하다는 승객이 있는가 하면, 답답하고 불안하다는 반응도 있다. 2017년 9월 필리핀에서는 70세 택시기사 대신 승객이 핸들을 잡아 목적지까지 간 일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였다. 젊은 여성을 태우고 가던 기사가 “너무 피곤해서 운전을 못 하겠다”며 다른 택시를 타라고 권하자, 택시 잡기가 어려웠던 여성이 “내가 운전하겠다”고 나섰다고 한다. 승객과 자리를 바꾼 기사는 승객 집에 닿을 때까지 코를 골며 잤다고 했다. ▼국내 고령 택시기사의 교통사고 발생 비율은 2015년 18.4%에 그쳤지만 불과 4년 만인 2019년 32.1%로 1.7배가량 뛰었다. 도내의 경우 65세 이상 고령 택시기사 비율은 2005년 3.1%에서 2010년 6.5%, 2015년 12.6%, 2020년 26.6% 수준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모든 분야가 고령사회로 향해 가는데 택시기사만 문제 삼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택시기사들은 ‘65세 이상'을 기준 삼은 이런 자료를 보며 “65세가 노인이냐”며 화부터 낸다. 사실 요즘 젊은이 뺨치는 건강을 가진 노인이 숱하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만 65세 이상 고령 택시·화물차 운전자에 대한 의료적성검사 관리 규정을 개정한다고 밝히자 논란이 일고 있다. 택시기사는 퇴직자들이 제2의 직업으로 택하는 대표 업종인데 “자격검사 강화는 결국 고령자들의 직업을 박탈, 생계를 위협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제 65세는 ‘한창 일할 나이'라고 보는 게 맞다. 두 번째 청춘이 시작되는 나이라고들 한다. 또 일을 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택시 운전 심사 연령을 높이되 자격을 더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여기에다 가족의 권유, 본인의 판단, 공적기관에서의 상담 등을 통해 운전면허 자진반납 분위기를 형성해 나가야 할 때다. 노인 친화적인 교통신호 및 안내간판 디자인, 나이에 따른 과학적 기준이 필요하다. 단, ‘승객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음주운전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권혁순논설주간·hsgw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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