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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부동산 무정부 상태' 언제까지 지켜만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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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집값은 개혁과제” 언급

현 정부 20여차례 대책 내놨지만 효과 없어

일관된 정책으로 시장에 믿음을 줘야

정부의 섣부른 조치가 부동산 시장을 악화시켰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과거 정부의 부동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20여차례 이상 부동산 대책이 나왔으나 국민은 그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대책이 나올 때마다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부동산 가격은 오르고 급기야 전세 대란으로 번졌다. 정책 혼선의 피해는 오롯이 국민 몫이다. 정부의 부동산 실정(失政)은 경제 전반의 활력 둔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을 이길 수 있는 정책은 없다는 교훈을 다시 실감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국회에서 진행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부동산 문제는 여전히 최고의 민생 문제이자 개혁과제”라고 진단했다.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던 대통령이 이 문제를 앞으로 개혁의 과제라고 하는 말에 국민은 깊은 절망감을 느낀다.

역대 정부는 공통적으로 부동산을 경기 조절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경기가 위축되면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고, 경기가 과열되면 규제하는 냉온탕 정책을 되풀이해 온 것이다. 그러나 손쉬운 유혹을 물리치는 새로운 부동산 정책으로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특히 주택은 의식주의 기본이다. 주택이 재산 증식을 위한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는 인식을 갖도록 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즉, 현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1주택의 소유 욕구는 인정하되, 한정된 주택 자원을 독과점하는 투기 수요만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대다수 국민은 현 정부보다는 내년에 들어설 다음 정부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새로운 부동산 정책을 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뾰족한 답이 없어 보인다. 그러는 사이 아파트 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경실련은 최근 문재인 정부 4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이 93% 올랐다고 했다. 한국은행도 국내 소득 대비 주택 상승률이 1년 새 1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라고 했다. 부동산은 현 정부 정책의 총체적 실패를 반영하는 지표다.

부동산을 잡겠다고 남발한 세금 인상은 집값에 전가됐고, 거래가 힘들 만큼 겹겹이 규제로 옥죄다 보니 매물 부족이 또다시 가격 급등을 부추겼다. 부동산 문제는 이미 심각한 사회병리 현상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됐다. 청년 세대는 부동산 막차를 놓치면 안 된다는 절망적인 심정으로 빚을 끌어다 ‘패닉 바잉'에 나서고 있다. 이마저 선택하기 힘든 청년들은 “주식으로 돈 불려 집 사겠다”면서 증시로 달려가 ‘영끌 빚투'에 올인하고 있다. 청년이 자기계발이나 창업보다 부동산으로 돈 벌 궁리를 하고, 치솟는 부동산 가격이 기업의 생산비용을 높여 경쟁력을 갉아먹는 구조다. 민심은 폭발 직전이다. 이를 보듬고 치유하기 위해선 살고 싶은 곳에 충분한 물량의 주택이 공급된다는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고 시장의 믿음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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