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시간 속 가여웠던 나를 보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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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남 시집 ‘버릇처럼 그리운것'

결핍 선명히 드러낸 인생사 담아

강릉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순남 시인이 첫 번째 시집 ‘버릇처럼 그리운 것'을 펴냈다. 시인의 결핍이 선명하게 드러나 깊이를 더한다.

이 시인은 생애에 걸쳐 지속해 온 핏빛 격전을 시의 밑자리로 삼았다. 작품들은 그의 개인사를 촘촘하게 통과한 격전의 대상과 계속해서 대립한다. 바로 ‘가난'이다.

이 시인은 걸어온 시간을 자신만의 감각으로 풀어냈다. 그의 곁에 머무는 ‘가난이 지배한 시간'이 진솔하고 차분하게 그려질 수 있는 이유다.

작품 ‘줄'이 특히 그렇다. 시인은 속눈썹 가발을 만들던 과거를 떠올리며 가난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잃었던 나를 발견한다. 무력해질 수밖에 없었던 어린시절의 기억이 애를 쓸수록 끊어지는 줄과 맞물려 시인의 자화상을 완성해낸다.

시집은 상처 한 가운데 멈춰 있지 않기에 더욱 빛난다. 주변의 이웃들을 향한 공감과 연민을 확장해 나가는 과정이 오롯이 담겨 있기 때문일까. 나의 흉터를 다시 한번 읽는 시인의 모습이 삶에 대한 질문을 안긴다.

이순남 시인은 “나이가 들면서 말보다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흘러온 기억의 느낌을 담아 첫 시집을 낸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 ‘작가와 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지난해 제22회 난설헌전국백일장 시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현재 강릉시청에 재직 중이다. 달아실 刊. 128쪽. 8,000원.

김수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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