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고]과잉 존댓말 범람시대

정문옥 삼척마이스터고 교장

신체부위·사물 등에

그릇된 높임법 남용

언어 품격 떨어뜨려

우리말은 존댓말이 있어서 아름답다. 공경하는 마음의 표현인 존댓말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행동도 뒤따라오게 한다.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있다는 작은 소통의 시작이 바로 존댓말이다. 여느 나라 말과 달리 우리말은 존대 표현이 구체적이고 세분화돼 있다. 우리말의 존댓말(존칭어)에는 3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 '님, 댁, 진지, 사모님, 자제분, 세배, 어르신 등'과 같이 상대자체 또는 상대의 소유물에 대한 존칭어가 있다. 둘째, 상대가 행하는 행동이나 상대에게 행하는 존칭동사어로 '여쭙다, 모시다, 드리다, 돌아가시다, 계시다' 등이 있다. 셋째, 상대가 행하는 행동(동사)에 높임선어말 '-시-'를 붙이거나 종결어미에 '-요'를 붙이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주로 세 번째 경우다.

존댓말은 문법에 맞게 사용하면 아름답지만 잘못 사용하면 듣기에 매우 거북하다. 동사에 '-시-' 자를 붙이기만 하면 존댓말이 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잘못 사용하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굳어지는 경향이 있다. '커피 나오셨습니다, 2,000원이세요, 12월5일이시구요'라는 판매원들의 잘못된 존댓말은 손님에 대한 과잉서비스에서 비롯된 것으로 커피나 금액 그리고 날짜에 존댓말을 붙이는 꼴이니 참으로 어색하기 짝이 없다.

근래 TV방송을 모니터링한 내용 중 잘 못 사용된 존댓말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행동이 아닌 서술어에 '-시-' 자를 붙이는 경우로 '어머니가 가고 나시면, 들어오자 마시자, 어머니가 담은 김치는 맛있으세요, 아버지는 모르는 노래가 없으셨다, 길을 잃을 나이도 아니신데, 먹는 게 좋으세요, 시작하게 되셨습니다' 등을 들 수 있는데 존댓말 흉내를 냈지만 존댓말이 아니다.

'고지혈증이 높으시거든요, 혈압이 떨어지시고, 고혈압이 계신 분들은, 중풍이 오셨구요, 전립선이 크시거나' 등은 신체부위나 건강 상태를 높인 과잉 존댓말로 듣기에 민망하다. 또 '화면으로 보이시는 이동하는 모습이 보이실 겁니다' 등은 설명을 듣고있는 상대에 대한 존댓말로 쓴다고 쓴 것인데 실제는 화면 속에 보이는 무엇과 이동하는 모습을 높여서 사용한 엉터리 존댓말이다.

'관리비가 나오실 예정이시구요, 좋으신 질문이십니다, 셋째 아이가 태어나실 예정이시래요' 등은 모든 동사에 무차별적으로'-시-'자를 붙임으로써 듣는 이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다. 또한 상대와 관련된 사물 등에 '-시-' 자를 붙여 존댓말이라고 착각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옥수수 가격이 낮으신 거 같아요, 우산 있으시지요?, 감동적인 이야기가 주변에 있으시면' 등이다.

그리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건강 관련 방송에서는 굳이 존댓말을 사용하지 말고 동사원형을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셔서 30분 정도 걸으시고 비타민을 드시는 게 좋으십니다' 보다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30분 정도 걷고 비타민을 먹는 게 좋습니다'라고 얘기하는 게 훨씬 단순하고 전달력도 좋다. 올바르게 사용된 존댓말은 우리말의 품격을 높여주지만 그릇되게 남용하면 오히려 품격을 떨어뜨린다. 방송 진행자나 출연자들은 문법에 맞는 정확한 존댓말 사용을 위해 사전 교육을 받는 등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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