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데스크]“금강산 관광 해결책은 주민·지자체가 힘들다 더 아우성 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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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이 만난 사람 - 홍천 출신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사진 오른쪽)이 본보 신형철 정치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위쪽 사진),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금강산 관광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자치단체와 정부가 억누르기 힘들 정도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세희기자

김준형(57) 국립외교원장은 홍천에서 출생했다. 이후 부모님의 고향인 대구로 옮겨가 고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와 미국 조지워싱턴대 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차관급인 국립외교원장에 임명될 정도로 국제정치에 해박하고 소신이 뚜렷하다. 지난 7일 서울 그의 사무실에서 부모의 고향보다 자신이 나고 잠시나마 어린 시절을 보냈던 강원도를 더 사랑한다는 김 원장과 만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를 들어봤다.

정부가 친북 프레임 부담에 美 신뢰 우선시하다 北 신뢰 잃어

금강산관광 재개하겠다 해도 北이 받아들일까 하는 게 중요

강원도는 힘들 때마다 찾아…은퇴지로 생각해 둔 곳도 홍천

우리는 한미동맹 약화에 알레르기 반응…동맹보다 국익 앞서

한미 군사동맹은 약화돼야 하고 한미관계는 깊어져야 바람직

日 민간교류는 활성화시키되 수출 규제 안 풀고 시간 끌 가능성

■강원도와의 인연을 들려달라

“군의관인 부친의 근무지인 홍천에서 태어났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주 어린 시절 '바우동네'라는 곳에서 지냈다. 이후에 부모님과 함께 대구로 갔지만 강원도는 힘들때마다 찾는 곳이다. 은퇴지로 생각해 둔 곳도 홍천이다. 동해안도 자주 갔었고 영동지역 막국수를 좋아한다. 유명한 곳 30곳 이상 안다고 자부한다.”

■저서가 많다. 청소년과 학생을 위한 책이 유독 많은데

“그동안 정치 관련 책들이 너무 어려웠다고 생각했다. 평소 쉽게 써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고 출판계의 필요도 있었다. 학생들은 스펀지 같이 잘 학습할 수 있다고 봤다. 기본적으로 국가, 전쟁, 평화, 국제정치 등의 기본 개념을 쉽게 풀어주고 싶었다. 쉽게 쓰다 보니 출판 시장에 좀 어필된 것 같다. 사회적 봉사라는 생각도 좀 있다.”

■책을 통해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나

“책을 보면 알겠지만 어느 한쪽을 편들다기보다는 학생들이 책을 읽고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평소 좋아했던 영화의 테마를 통해 국제정치를 설명했다. 학생들에게 구태여 진보라는 것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정확하게 세상을 볼 수 있게만 하면 좋다고 생각해서 썼다.”

■2008년 '미국이 세계 최강이 아니라면?'이라는 책을 썼다. 평소 생각했던 미국은 어떤 국가이며 바람직한 한미관계에 대해 들려 달라

“그 책을 쓸 당시에는 '크리티컬 싱킹'(Critical thinking·비판적 사고), 뒤집어 생각한다는 것이 목적이었다. 미국은 선(善)이고 대항하면 악(惡)이라는 근본적인 생각을 뒤집고 싶었다. 물론 미국은 굉장히 중요한 나라다. 나는 한미 군사동맹은 약화돼야 하고 한미관계는 깊어져야 한다고 자주 얘기한다. 군사동맹이 강한 건 한미를 둘러싼 적이 강하고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동맹이 아주 강력하다는 것은 우리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것은 한반도 국제정세가 좋아 동맹은 약화되더라도 한미관계는 깊어져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다.”

■그 말은 한반도 위기가 약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한미관계는 더욱 굳건히 해야 한다는 뜻인가

“맞다. 한 가지 더해 우리는 한미동맹 약화에 알레르기를 보인다. 동맹이 약화되면 우리는 못 산다는 일종의 신화 속에 살고 있다. 내가 가진 모토 중 하나가 동맹도 국익을 앞설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얘기는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지만 가장 상식적인 결론이다. 동맹은 국익의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 없다. 미국도 미국의 이익이 한국과의 관계보다 중요한데 우리는 그런 얘기를 하면 어색하고 불안해한다.”

■강원도에서는 금강산 관광이 중요한 이슈다. 금강산 관광 재개가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금강산 관광은 남북관계에서 의미가 있다. 북한에게 개성과 금강산은 미국이 북한을 신뢰하고 있느냐, 또 한국에게는 미국을 설득시킬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였다. 2018년만 해도 북한은 한국이 미국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한국은 금강산과 개성공단과 관련,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미국 측에 “미국을 앞서지 않는다”는 보증수표로 보여준 것이다. 그렇다 보니 북한에서는 한국에 대한 신뢰를 더 이상 갖지 못하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다면 금강산 관광 재개는 어렵다고 봐야하나

“금강산 관광 재개가 안 된 것은 두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현 정부가 친북 프레임 부담에 미국에 신뢰를 보여주는 것을 우선시하다 보니 북한에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지난해 하노이 북미회담 실패 당시 한국이 너무 빨리 개성공단과 금강산을 들고 나옴으로써 미국의 반발을 샀다는 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제 북한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겠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는 그것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아닐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중국 여행사를 통해 우리 국민이 개인 관광 형태로 금강산에 들어가는 것을 기정사실화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강원도의 금강산 관광 목표는 고성과 동해안 지역을 통해 가는 것인데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미국은 우리를 의심하면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진했다. 북한과의 문제 해결이 아니라 한국이 앞서 나가는 것에 대한 지나친 긴장과 내부 목소리로 세월을 낭비한 측면도 있다. 우리도 미국에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정부가 아니다'라는 것을 증명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다.”

■틀어진 한일관계가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다

“사실 중국의 부상이 우리에게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한미일 동맹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한미일이 사안별로 군사협력을 할 수 있지만 3각 군사동맹은 안 된다. 동맹은 자동적 개입을 말한다. 중국을 적으로 만드는 것은 선택할 수 없다. 그런데 미국 강경파와 아베는 한국에게 미국 편이냐, 중국 편이냐는 식으로 압박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을 친북·친중 국가 프레임으로 잡고 밀어붙이면서 우리를 신뢰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일본이 실수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강제징용과 안보를 분리했지만 일본은 이를 연계했다. 일본은 현실적으로나 논리적으로 상당히 실수했다고 본다.”

■앞으로 한일관계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최근 한일정상회담의 결과로는 한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일관계 개선은 어느 시점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일본이 시간을 끌 가능성이 있다. 민간교류는 활성화시키되 정작 수출 규제는 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때 우리의 스탠스가 문제다. 이것을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강원도민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린다

“결국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나서야 금강산 관광이 해결된다고 본다. 지역 시민단체들도 과감히 앞장서야 한다.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금강산 관광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자치단체와 정부가 억누르기 힘들 정도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이것이 강원도와 정부를 돕는 것이다. 주민들의 생존권 문제를 계속 거론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고성 주민들이 힘들다는 점을 더 강조해야 한다. 아우성을 쳐야 한다. 선동하는 것 같지만 주민과 자치단체가 좀 더 단호하게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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