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원포럼]숯과 목초액으로 구제역 2차 재앙 막자

김남훈 강원대교수

잔인했던 겨울이 가고 있다. 지난 겨울은 구제역이 기승을 부리며 한반도를 공포에 떨게 하였다.

이렇게 심각한 농업재해는 우리나라 역사상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졸지에 생업의 수단이며 가족과 같았던 가축들을 매몰해버리고 텅 빈 축사 앞에서 망연자실해 있는 농업인들의 모습은 온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농업인 당사자나 정부의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도 크지만 이제부터 다가올 후유증에 국민의 걱정이 더욱 크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가축 매몰에 의한 지하수와 토양오염, 침출수, 악취 등 2차 피해를 걱정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와 연구기관에서는 이에 대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방안 하나를 제안하고자 한다. 숯은 오랜 옛날부터 민간에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되어 왔는데 제조방법에 따라 '하얀 숯(백탄)'과 '검은 숯(흑탄)'으로 구분한다. 나무가 숯으로 변하면 물과 양분을 전달하는 종횡으로 연결된 무수히 많은 미세한 관은 수축이 일어나 더욱 가늘어지고 물이 들어있던 세포에서는 물이 증발하면서 작은 공간을 형성한다.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숯은 직경이 나노미터(㎚)에서 마이크로미터(㎛)에 이르는 작은 모세관들의 집합체이다.

숯 1g의 내부 표면적은 약 200~400㎡로 테니스 코트 한 면 정도의 넓이에 해당한다. 관 내벽의 표면은 톱니처럼 울퉁불퉁한 모양을 하고 있고 '관능기'라고 불리는 초미세한 공간이 무수하게 퍼져 있다. 이 다공질체의 구조적 특성에 의해 탈취, 조습, 수질정화 등에 뛰어난 성능과 '바이오 리액터(Bioreactor) 기능 - 유용미생물에 의한 유해물질의 분해기능'을 갖게 한다.

이러한 숯의 흡착효과는 부엌, 신발장, 화장실, 애완동물 등의 생활 냄새를 탈취, 완화하는 작용을 하고, 조습성은 주택의 습도를 조절하고 곰팡이와 같은 유해 미생물의 발생을 방지하는 작용도 한다. 요즈음 문제시되고 있는 새집증후군의 해소와 다이옥신 등의 유해화학물질과 대기 중에 비산해 있는 질소산화물의 무해화에도 숯의 흡착성능이 크게 활용될 수 있다. 또 공장폐액이나 생활폐수 등에 의한 하천오염, 원유 유출과 같은 해양오염의 수질정화에 활용할 수 있다. 모든 것이 '다공질'이라고 하는 구조와 '바이오 리액터 기능'에 의해서 야기된 효과이다.

숯의 제조과정에서 연기로부터 얻어지는 액상물질인 '목초액'도 숯 이상으로 폭넓게 실용화되고 있다. 목초액 중에는 초산, 페놀 등 확인된 화학성분만도 300종이 넘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의 성분은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켜 강력한 방취, 탈취, 항균효과를 나타낸다. 그 효과를 이용해서 이미 화장실과 부엌의 탈취, 하수종말장의 악취제거, 양돈과 양계 등의 분뇨처리 등 축산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어 그 효과가 실증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구제역에 감염되어 매몰된 가축들에 의한 악취, 침출수, 토양오염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숯과 목초액의 활용을 관계기관에 적극 권장한다. 악취는 숯과 목초액을 땅 위에 뿌려 제거하고, 침출수는 숯을 땅에 묻어 정화하자.

숲 가꾸기 사업에 의해 얻어지는 폐잔재와 간벌재 등을 활용하여 숯과 목초액을 생산하여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사용한다면 농업인들의 소득증대와 친환경적 오염방지의 두 가지 효과를 함께 거두게 될 것이 분명하다.

김남훈 강원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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