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원포럼]일자리 창출 협동조합이 답이다

이기원 한림대 교수

사회적 경제

'소유의 종말', '공감의 시대' 등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는 제레미 리프킨은 '3차 산업혁명'에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산업 시대가 지나가고 생성력과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협업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은 근면한 노동보다 창의적 놀이, 하향식 권위보다 수평적 소통, 금융 자본보다 사회적 자본, 시장의 작용보다 개방형 공동체에의 참여, 그리고 소유권보다 글로벌 네트워크에의 접속을 중시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경제적 성장으로 인한 과실이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면서 골고루 나누어질 것이라는 환상이 깨어진 점도 한몫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 성장과 일자리의 관계를 살펴보면 분배가 비교적 잘 이루어지고 있었던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는 민간 고용이 3.5%씩 증가하였으나 신자유주의가 극성을 부리던 21세기 첫 10년 동안에는 매년 0.9%씩 감소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같이 '고용 없는 성장'을 이루는 데 생산성 향상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난다. 2000년부터 2010년 사이에 미국 제조업 노동자의 생산성은 38% 증가하였지만 고용은 반대로 32% 감소하였다. 더구나 지능형 로봇의 도입과 공장 자동화로 생산성은 늘어나겠지만 그 과정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은 구매력이 없기 때문에 생산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유효 수요가 줄어들게 되어 궁극적으로 경제 성장이 불가능하게 된다.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영역 중에서 시장과 정부는 앞에서 본 통계가 시사하는 바와 같이 고용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비공식경제 또한 같은 방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부족한 일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 영역은 시민사회밖에 없으며 이 영역이야말로 시장과 정부가 원활히 작동하는 데 필요한 신뢰, 즉 사회적 자본을 생성하는 곳이다. 사회적 경제는 사회적 자본을 토대로 여러 사회적 목적을 중심에 두고 경제적인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경제 활동 영역으로서 주주 가치 극대화를 목적으로 이윤 추구에 몰두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대비된다.

사회적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이 협동조합이다. 주식회사의 의사결정권이 돈으로 살 수 있는 주식 수에 비례하는 것과 달리 조합원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협동조합의 의사결정권은 지분과 상관없이 1인1표다. 협동조합이 소유와 운영 방식에 따라 정의된다면,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성과를 목적으로 하는 사명에 따라 정의된다.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이들이 사회적 경제의 주인공이며 안정된 일자리, 민주적 운영, 환경 보호 등의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공통점이 있다.

경제 위기에 대처하는 방안으로 감원과 외주를 구조조정이라고 생각하는 영리기업과의 차이점을 스페인 몬드라곤 산하 파고르그룹의 사례에서 살펴볼 수 있다. 몬드라곤 산하 금융·보험 부문과 소매·유통 부문은 스페인을 강타한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주변의 눈길을 끌고 있는데 유독 뒤처지고 있던 산업 부문의 파고르 그룹 조합원 총회에서 90% 수준으로 급여를 삭감하는 데 76%가 찬성하였다. 급여 삭감의 대가로 일자리를 지킨 것이다. 앉으려는 사람보다 의자 수가 적은 의자 놀이에서 음악이 그치면 누군가는 나가야 하지만 이들은 의자를 작게 만들어서 모든 사람을 앉히는 것이다. 몬드라곤의 홈페이지는 당당히 'Humanity at work!'를 강조하고 매출 규모로는 스페인 내 9위에 그치지만 고용 규모로는 3위에 해당하는 8만3,000명의 직원을 자랑하고 있다.

<강원일보·한국분권아카데미 공동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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