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원포럼]`설악산 라이딩' 관광상품 만들자

최철재 경동대 교수

필자는 평소 자전거를 즐겨 탄다. 근래 들어서 시작한 것이 아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타기 시작해서 지금껏 애용하는 것이 자전거다. 굳이 운동이라고 할 것도 없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자전거는 이동수단이지 운동기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논에 물꼬 보러 갈 때 삽을 자전거 옆에 채우고 다녀오셨다. 당시 자가용 자동차는 물론 버스도 귀했다. 하루에 두세 번이나 겨우 다니는 버스는 이웃 동네의 큰길까지 걸어야 버스를 탈 수 있었다.

간혹 누가 승용차를 타고 고향에 오면 크게 성공했다는 증표였다. 검은색 세단을 몰고 고향에 온다는 것은 행세깨나 하는 관직에 나갔다는 의미였다. 동네 어귀에 자동차가 나타나면 온 동네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운전기사가 있으면 차를 만져보고 싶어도 눈치를 살펴야 했다. 그러면 매번 운전기사는 나무라는 눈초리로 긴 먼지떨이로 차를 연신 닦아냈다. 그 시절 자전거는 굉장히 귀중한 물건이었다. 부모님이 등하교용 자전거를 선물로 사주면 받자마자 은빛 나는 앞뒤 바퀴 덮개 위에 검은색 페인트로 재빨리 이름을 써야 했다. 페달까지 다리가 짧아 까치발로 타기 시작해서 바퀴 언저리에 녹슬 때까지는 아무도 안심할 수 없었다.

누구나 그랬던 것처럼 필자도 고향 국민학교(초등학교)는 5리가 넘는 거리를 걸어서 다녔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읍내까지 자전거로 통학했다. 현재 재직하고 있는 동일법인 대학에 처음 부임해왔던 1988년만 해도 속초에 아파트가 몇 채 없었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교직원 대부분이 자가용 승용차가 없었기 때문에 대학에서 교직원 출퇴근용 승합버스를 제공해주었다. 시간에 맞춰서 승강장에 나와야 탈 수 있었다. 삼삼오오 기다리면서, 그리고 짧은 등굣길 작은 승합차 공간에서 많은 추억이 있었다.

주말이나 방학 때는 부득이 자전거로 출퇴근을 해야 했다. 그런 습관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으니 자전거 경력이 50년 가까이 되나 보다.

언제부턴가 수도권 동호인들이 자전거로 우리 고장 설악산을 찾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국도를 따라 긴 자전거 행렬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동호인들은 자전거 여행을 '설악산 라이딩'이라고 말한다. 대개는 설악산까지 편도로 왔다가 고속버스에 싣고 되돌아간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국제바이크캠핑축제'를 개최하고 자전거 여행을 자연경험의 매력적 관광상품으로 발전시킬 계획을 밝혔다. 그렇다면 '설악산 라이딩'은 최고의 경쟁력이다. 단순히 자전거 동호인들만의 취미생활로 여겨 간과할 일이 아니다.

점점 늘어나는 자전거 여행객들을 위해 기존의 숙박시설도 자전거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캐비닛 또는 창고형 보관함을 갖춘 '바이크텔'로 전환해야 한다. 도로변에 안전한 '라이딩 휴게쉼터'도 갖춰야한다. 지역특산물 안심먹거리 정보도 제공해야 한다. 특별히 라이딩 단체와는 1사1촌 형식의 결연으로 단순한 자전거 여행이 아닌 농어촌 일손 돕기, 농산물 직거래, 농촌체험관광, 마을 가꾸기 등 다양한 교류까지 영역활성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필자는 지금까지 줄곧 중저가 일반자전거만 탔다. '설악산 라이딩' 활성화를 제안한 만큼 동호인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 나은 것으로 업그레이드를 고려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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