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원포럼]테러방지법 한시가 급하다

김학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며칠 전 TV에서 북한산에 나부낀 테러깃발과 테러단체의 모자를 쓰고 경복궁에서 V자를 그리고 있는 인도네시아인을 보며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진 속 주인공은 이슬람 무장테러단체 '알누스라'를 추종하는 인도네시아인 불법체류자라고 한다. 그는 2007년 위조 여권으로 입국해 충남 아산 등에서 일해 왔으며 SNS를 통해 자신을 '알누스라 전선병'이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그의 집에선 사냥용 칼, 모형 M16 소총 등이 발견되었는데, 테러 위험범을 조사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총포화약류단속법을 적용했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시리아 난민 200명이 들어와 있고, 2010년 이후 강제 출국 조치한 테러 위험 외국인이 48명에 이른다. 내국인 10명이 인터넷을 통해 IS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IS 지지 의사를 밝힌 내국인 10명은 언제나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로 발전할 수 있으며, 이들이 IS와 연대하려 한 정황도 포착되었다고 한다. IS는 한국을 십자군동맹국 62개 나라에 포함시켰고, IS가 공개한 '악의 연합' 60개국 동영상에 태극기는 26번째에 위치하고 있다. 테러는 피해 대상을 특정하기 어렵고, 언제 어디서 어느 정도 발생할지에 대한 예측이 어렵기에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무방비 상태에서 무차별 공격으로 이루어지므로 피해가 상상을 초월하며, 단시간 내에 종료되므로 대처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수많은 나라가 대테러방지법을 제정해서 테러에 대비하고 있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애국법(Patriot Act)이라고 불리는 테러방지법을 제정하여,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인 국가대테러센터(NCTC)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은 테러단체의 가입·지원은 물론 선전·선동의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율하고 있다. OECD 회원국중 테러방지법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5개국에 불과하다.

전 세계가 테러 시대에 있는 한 우리나라도 테러의 무풍지대가 될 수 없다. IS가 우리를 테러 대상국에 포함시켰고,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담당하는 역할이 증대하고 있으므로, 또 한미동맹국가이며, 아프카니스탄의 공병부대를 파견하였기에 테러의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테러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그렇기에 테러를 예방하고 테러에 대처할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법률체제의 정비가 어느 때보다 간절히 요구된다. 지금의 대통령령 차원의 '국가테러활동지침'으로는 총체적 대응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할 수 없다. 테러리스트의 실체를 파악하고, 사전에 검거하며, 테러자금 및 무기의 지원을 봉쇄하고, 국제연결고리를 차단해야 한다.

테러방지법 제정에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테러방지법은 국가의 권한, 특히 국정원의 수사권이 확대되고, 과도한 정보 접근이 남용으로 변질될 수 있고, 테러 예방을 이유로 인권침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법률을 제정할 때, 그리되지 않도록 고려할 사항에 불과하지, 법률 제정을 피하거나 금할 이유가 될 수 없다. IS가 우리를 테러 대상국으로 지명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이에 대한 예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나칠 정도로 남의 일을 걱정해서는 안 되는데, 우리 국회는 할 일을 안 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는 터라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해를 넘기지 말고 제정해 주길 바란다. 국민이 국회를 걱정하는 것도 이젠 신물이 난다.

<외부 기고는 본보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