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영혼의 자산'을 늘리세요

최돈설 강릉문화원장

벌써 8월 초순, 무성한 잎들이 모여 시푸른 여름 숲을 완성하는 계절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이미 휴가를 다녀왔거나 언제쯤 갈 거라고 얘기하는 때가 아닌가 싶다. 휴가(休暇)의 본령은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여유를 갖는 것이다. 휴가는 곧 여행과 관광을 융합한 단어인데, 과연 두 영역의 구분이 있을까. 관광학개론에 기재된 학술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관광은 목적지에서 특정 목적을 가지고 하는 행위로 경제적 활동을 수반해야 한다. 여행은 목적지까지의 여정을 포함한 모든 제반 활동이다.'

한자로 보면 여행(旅行)은 걷는 것, 관광(觀光)은 보는 것이다. 자동차로 치면 여행은 운전석, 관광은 조수석에 앉는 것에 비유된다. 아직 휴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강릉을 찾아줬으면 한다. 오는 3일부터 5일까지 강릉대도호부 관아와 명주동, 임당동 일원에서 '2017 오색달빛 강릉야행(夜行)'이 열린다. 올해 개최되는 강릉야행은 8야(야사, 야설, 야화, 야시, 야로, 야경, 야식, 야숙)를 주제로 지난해보다 10개 늘어난 31개 체험, 전시, 공연 프로그램으로 구성, 운영된다. 올해도 지난해와 같이 오후 4시부터 밤 11시까지 도로를 통제하고 프리마켓, 버스킹, 퍼레이드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선보인다.

강릉에는 솔향·바다향·커피향·인문향 등 4향이 살아 꿈틀거린다. 먼저 솔향 강릉은 태고의 웅장함을 그대로 간직한 우리나라 제일의 소나무 숲이 유리알처럼 맑고 투명한 계곡과 잘 조화돼 있어 찾는 이마다 경탄을 금치 못한다. 둘째, 바다향 강릉은 동해의 우람한 창파를 가득 담고 펼쳐진 명사십리(明沙十里), 억겁의 세월을 품은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너울질하는 푸른 파도와 이를 쓸어안은 하얀 모래톱, 그리고 시끄러운 일상을 차단하는 송림병풍의 조화가 강릉해변 특유의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셋째는 커피향 강릉이다. 강릉커피는 일단 맛에서 상당한 수준이다. 커피도 차(茶)의 일종이라고 보면 강릉 차의 역사도 일품을 자랑한다. 강릉에는 유일한 신라시대 차문화유적지 '한송정'이 있어 화랑들이 호연지기를 기르며 차를 달여 마셨다는 기록이 있다. 똑같은 커피라도 비췻빛 바닷가에 갈매기가 노니는 백사장이 아스라이 펼쳐진 공간에서 음악을 들으며 마시는 차 한잔의 여유, 낭만의 맛과 멋이 더해지니 풍경이 더하는 값도 상당할 것이다. 마지막은 인문향 강릉이다. 율곡 선생의 혜안과 신사임당의 향기가 많은 전통문화를 통해 현대에도 맥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강릉은 '소설' 문화의 뿌리가 있다. 최초의 한문소설 김시습의 '금오신화', 최초의 한글소설 허균의 '홍길동전', 최초의 신소설을 쓴 아서 노블(강릉중앙감리교회 제3대 목사, 1866~1945년) 등이 강릉과 연관이 있다. 최초의 신소설은 이인직의 혈의 누(1906년)로 알려져 왔지만, 한국소설가협회는 아서 노블의 단편소설 '순이'(1902년)와 장편소설 '이화'(1906년)를 최초의 신소설로 인정했다.

'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진정으로 여가를 즐기는 것은 영혼의 자산을 불리는 일”이라 했다. 이번 휴가는 강릉에서 영혼의 자산을 늘리길 빈다. 매미 소리가 신록과 녹음을 이어주고 한 떨기 강릉야행이 무더운 여름을 식혀주는 시원한 벽계수(碧溪水)가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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